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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축제, 시장

보령 맛집 중앙시장 미니식당, 맑은 국물 소머리국밥






맑은 국물과 쫄깃한 머릿고기로 시장 탐방의 고단함을 달래줄-
보령 중앙시장 미니식당


석탄박물관과 개화예술공원을 돌아다니다 시내로 오니 5시 30분.
평소엔 겨울이라 그런지 식욕이 무척이나 당겨 쉬지 않고 먹어주고 있는데
관광하느라 그러지 못했으니 무척 배가 고팠습니다.
게다가 활동량도 꽤 많았고, 춥기도 했고요.

숙소에 짐을 풀고 보령 중앙시장을 걸으며 저녁 거리를 물색합니다.
생선 찌개를 먹고 싶었는데 다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초저녁이었지만 닫으려고 준비하는 곳도 많았고요.
그러다가 미니식당을 발견했습니다.









어두운 거리에 새어나오는 불빛이 왠지 따스해보입니다.
소머리국밥이 국내산, 한우라고 합니다.
한 번도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소 혀도 먹어봤는데 뭐 이 정도 도전 쯤이야. 생각합니다.
낡은 솥이 세월을 대변해줍니다.
솥도 그렇고 규모도 그렇고 그다지 '미니'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소머리국밥 1인분 된다고 하십니다.
한 그릇 시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른들 뿐입니다.
약간 쓸쓸했지만 자리에 앉습니다.
난로를 쬐며 몸을 녹였습니다.








기본찬은 위 사진과 같습니다.
새우젓, 깍두기, 김치, 다데기와 고추 썬 것
평범해보이지만 주옥같은 것들입니다.
새우젓은 토굴새우젓입니다. 특산품인만큼 싱싱합니다.
깍두기와 김치가 매우 잘 익었습니다. 보령의 김치는 어딜가나 맛있습니다.
젓갈을 좋은 걸 쓰는 덕택인가봅니다. 칼칼하고 시원합니다!!
그런데 배추김치는 어떤 젓갈을 쓰신건지 제 입맛에 맛지 않아 먹지 않았습니다.









낮에 열혈 찍사로 여행을 함께 한 디카는 배터리 사망했습니다.
그래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미안합니다.
크기는 오질나게 큽니다.


"자요 손님"

아주머니는 무뚝뚝하십니다.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는 모두가 가면을 씁니다.
친절이 오고가지만 모두가 힘이 듭니다. 감정노동의 과잉입니다.
그래서 이런 무뚝뚝함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약간 무섭긴 했습니다.


위에서 주지하였다시피 처음 먹는 소머리국밥입니다.
맑은 국물이 특이합니다. 나오자마자 국물을 먼저 맛보니 맑고 깨끗합니다.
진한 사골국물이지만 짜지 않습니다. 저는 다소 싱겁게 먹는 편입니다.
특히 국밥은 더욱 그렇습니다. 예전에 너무 짠 순대국을 먹다가 입천장이 갈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짜서요)
그래서 그 이후론 평소 국밥을 먹을 때에는 다대기에 손도 대지 않습니다.
양념이 넣어져 있으면 일부러 걷어내는 편입니다.

이곳은 하나도 짜지 않았습니다. 새우젓을 모두 투하했습니다.
여러분도 앞으론 다대기를 절대 넣지 마시고 새우젓을 넣으세요.
새우젓이 단가가 훨씬 높을 것입니다.
다대기 넣으면서 새우젓 남기면 바보!! 해삼말미잘멍게










본격적으로 맛봅니다. 고기의 양이 많습니다.
물컹물컹해 보이는 비게 같은 것이 있습니다.
비게를 안 좋아 합니다. 그렇지만 먹어 봅니다.

비게가 아닙니다. 쫄깃쫄깃한 것입니다. 식감이 매우 좋습니다. 기름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아마 소의 얼굴살인가 봅니다.

"으아니 이런 맛이었어?"

보기만 해도 좋은 고기임이 짐작되는 먹음직스런 살코기도 있습니다.
겉 껍데기는 아까 그 얼굴살과 비슷합니다.
이 고기 또한 무척이나 담백하고 쫄깃합니다.

밥을 투하합니다. 타지에서 처음 먹는 소머리국밥에 반한 것 같습니다.








제가 먹고 있는 동안에도 손님들이 계속 옵니다.
어떤 아저씨는 단골인 듯 아주머니와 대화도 주고 받습니다.


"순대국"
"순대가 다 떨어지고 없어~"
"없으면 안 먹으면 되지 뭐~"


충청도는 여유롭다고들 합니다.
우리 아빠는 충청북도 영동 사람입니다.
저도 아빠를 닮아 낙천적이고 게으릅니다.

"국물 더 줘?"
"말을 못 하겠어"
"왜 말을 못해유~"


오늘 하루 어떠했는지 인사도 주고받습니다.
아저씨는 장을 보고 온 듯 합니다.

"홈플러스랑 이마트 가면 안 팔더라고 싸구려만 있어"



이 작은 보령엔 홈플러스도 있고 이마트도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미끼상품으로 유혹할 지 몰라도 평준화된 품질의 채소와 과일을 들여옵니다.
똑똑한 사람은 무엇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나 또한 사는 길임을 알 것입니다.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대화도 잘 적어가며 깨달은 바가 있어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크고 우렁차게 "잘 먹었습니다" 인사했습니다. 진심으로 잘 먹었으니까요.
내일 아침 꼭 새우젓을 집에 사가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을 나선 후에도 그 맛을 곱씹으며 앞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런데 바로 대화가 들려옵니다.


"젊은 아가씨가 불쌍해."
"그러게 말이야 혼자서."



저... 동정받은 건가요?
눙무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날 아침 중앙시장을 떠나기 전 미니식당의 낮의 모습을 남기고자 한 번 더 들렀습니다.

알고보니 냉면, 쫄면, 김밥, 떡볶이도 팝니다.
미니식당을 미니분식이라고도 하던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아직도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도망치듯 빠져나옵니다.


"젊은 아가씨가 불쌍해."
"그러게 말이야 혼자서."
"젊은 아가씨가 불쌍해."
"그러게 말이야 혼자서."
"젊은 아가씨가 불쌍해."
"그러게 말이야 혼자서."


나홀로 여행은 의미있지만 이런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여행은 꼭 친구랑 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혼자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 보령 올 때에는 꼭 떼거지로 몰려가겠습니다 아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