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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축제, 시장

한내시장, 같이 걸을까 : 보령 전통시장서 마주한 삶의 풍경

한내시장 같이 걸을까
시간도 쉬어 가는 곳. 보령 한내시장을 걸으며 마주한 싱싱한 풍경.











한내가 무슨 뜻일까요? 한은 '크다(예. 한울)'는 뜻이고 내는 개울. 그래서 대천(大川)의 한글 표현이에요. 대전도 순한글말로는 한밭이라고 하잖아요. 큰 밭! 한내라는 명칭 자체는 우리나라 이곳 저곳에서 쓰이지요. 실제로 보령시를 흐르는 대천천을 말하는 것 같은데요. 보령관광포털에서 한내에 대한 정보를 찾았어요.



「한내」

聖住山(성주산)에서 발원하여 扶餘郡(부여군) 外山面(외산면)의 중심을 흐르다가 嵋山面(미산면) 桃花潭里(도화담리)에 이르러, 北西(북서)쪽에서 오는 聖住川(성주천)을 합하여 珠山(주산)을 거쳐 大昌里(대창리)앞을 스치는「한내」



여하간 '한내시장'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넓은 천이 모든 것을 감싸줄 것만 같아서요. 한들한들 바람이 부는 것 같기도 하고..(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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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리(간재미)의

달콤살벌한 인사







놀라지마세요. 보다보면 귀여운 가오리 사진이에요. 한내시장에 들어서는 저를 반긴 것은 기존 시장에서 보지 못한 풍경들이었어요. 특히 저 가오리를 처음 보고는 살짝 놀랐어요. 크기도 무척이나 컸거니와 이빨(?)이 무서워보여서요... 가오리를 바람에 말리고 계시는 건지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거든요.








우럭과 엉켜있으면 모를 줄 알았니? 작은 놈들로 이렇게 바닥에도...







잘 말린 놈들로 다가도...







시장 입구에도 하잉!







시장 골목에도 하잉...! 틈새 공략이 엄청나네요. 볼 때마다 섬짓하니 놀라게 했던 가오리! 자주 보다보니까 귀여운 느낌마저 들더라고요. 왜 이렇게 가오리가 많나 싶었는데 지금 찾아보니까 보령의 8대 맛 중 하나였어요! '간재미 회무침'! 간재미가 뭔지 몰라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 찾아보니 '간재미'는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일대에서 가오리를 지칭하는 사투리라고 하네요. 강게미라고도 한다네요? 네가 이렇게 잘 나가는 줄 몰랐어. 제가 회냉면이나 회무침 정말 좋아하는데 그게 얘인지는 몰랐어요. 이렇게 시장을 돌다 보니 내가 뭘 먹는지, 이게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네요. 아 놀라워라.












참고로 가오리 친구 홍어도 판답니다!





짱구는 못말려도

한내시장에서 생선은 말린다







얘네 둘처럼 소금에 잘 절여지고 있는 생선들도 있었고요.







거대한 고기들도 있었어요. 너 이름이 뭐니?(양희은 식으로)








그런데 시장 내에서 위 사진과 같은 구조물이 많았어요. 이게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그래요! 고기를 말리는 곳이에요! 저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어요. 이게 바로 산지와 판매지가 일치하는 보령의 매력 아입니까! 겨울 바람에 꼬들꼬들 잘 말리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죠? 말린 생선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 지 잘 알지 못하는데 누가 알려주실 분 없나요?







이렇게 그물 위에 널러져 말려지는 생선들도 있었고요. 옆에 걸려서 말려지는 생선도 있었고요. 갈치도 말리네요! 맨 아래 사진의 생선은 꼭 박쥐같은데 반으로 갈라 펼쳐 말려서 저렇게 보이는 거에요. 무슨 생선인지 엄마도 모르시겠대요. 어촌 출신이 아니시라서. 아유 궁금해라.







잘 말려진 생선이랍니다. 맨 아래 사진 사장님은 아래 나올 자전거 주인이시기도 합니다 ㅋ.ㅋ





한내시장 곳곳에 서린

시장 사람들의 삶의 흔적







이 자전거는 바로 위의 사진 아저씨의 자전거인데요. 제가 사진을 찍자 "이거 아주 비싼거야~ 사진 찍는데 돈 내야 돼" 그러시면서 장난 치셨어요. 그리고 길 가던 할머니 한 분께 "저 할머니도 찍어! 이쁘니까~"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리셨어요.







다른 자전거도 발견했는데요. 두 자전거의 뒷 부분이 비슷하죠? 생선박스를 싣기 좋게 개조하신 것 같네요. 실제로 자전거가 움직이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왠지 아저씨가 생선 가득 싣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상상되네요. 녹이 많이 슬었지만 아저씨의 삶을 느낄 수 있어 소중한 자전거 아닐까요?







이것도 자전거보단 편해보이진 않지만 생선 박스를 나르는 도구 같고요. 아래에 바퀴가 달려 있어요.







생선만 말리냐. 몇 짝이나 되는지 모르는 깨끗한 장갑들이 잘 널려져 있었고요.






세 개의 앞치마가 나란히 걸려있네요.







이 칠판은 아마도 생선을 주문하거나 주문받을 때 요긴하게 쓰이겠죠?

그나저나 '해파리' 어딨어?







여깄어요! 뿌잉







얘는 고급 전구이기는 한데, 동그란 알전구 있죠! 그것만큼 시장을 잘 표현하는 피사체는 없는 것 같아요. 전통시장에서 음식을 맛있게 보이기 위해, 또는 아케이드로 어두운 시장 구석구석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는 알전구! 전통시장은 마치 알전구처럼 작은 곳에서 우리 생활 곳곳에 도움을 주니까요. 작년부터 시장 자주 다니다가 든 생각이에요.









아케이드로 잘 정비된 시장이었지만 이렇게 구석구석을 누비다보면 골목길도 발견할 수 있답니다.

'예쁘다 수선집'이 눈에 뜨이네요.




한내시장 어머님 파워!

집에서 만든 정갈한 식재료








보령의 시장은 보부상들이 흥했던 역사가 깊은 시장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행상 어머님들이 정말 많았는데요. 시장을 다니다가 무언가에 골똘히 집중하고 계시는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바로 참기름을 판매하기 좋게 병에 담는 작업이었습니다. 고소한 냄새가 퍼지는 참기름! 농도가 진해서 잘 흐르지 않기 때문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한 방울도 남김없이 따르고 계셨습니다. 미동조차 없으셔서 사진을 찍는데도 조심스러웠습니다. 동영상도 찍었는데 얼핏 보면 안 움직이십니다.









어머님이 살뜰하게 가꾸신 좌판을 사진에 담아 보았는데요. 맨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참기름을 담고 계신 병, 고명으로 얹으면 좋을 실고추, 큰 멸치와 작은 멸치 볶음, 우거지, 끓여서 물 대신 계속 마시면 좋을 옥수수와 결명자, 그리고 식혜 만들 때 쓰는 엿기름입니다. 기름을 담으시는 모습만 봐도 이 많은 품목들에 갖은 정성을 다 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좀 더 골목에 들어가니 여러 가지 해조류를 팔고 계시는 어머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찍었는데 똑같은 것들인 줄 알았던 것들이 알고 보니 다 다른 이름을 가진 것들이었습니다. 사진을 엄마께 보여드리면서 배웠는데 '그것도 몰랐냐'고 하십니다. 흑흑. 아직도 어렵네요. 덕분에 해조류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몇 개나 아십니까? 나만 모르는 거 아니죠? 아래 사진 좀 봐보세요.









정답
곰피/톳
미역/파래
매생이/단무지


톳은 TV에서 봤어요. 매생이는 언제부터인지 장에서 아주 자주 볼 수 있었고요. 파래는 어쩌다 알게 되었어요. 딱 봐도 매생이랑 결이 다르니까. 그런데 곰피는 난생 처음 들어봤습니다. 여기 다녀온 후 엄마랑 의정부제일시장에 장 보러 갔을 때에도 곰피가 있었어요. 특히 미역이랑 곰피 똑같이 생기지 않았나요? 정답도 제대로 쓴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대체 구분을 하기가 힘드니... 아 그리고 해조류는 아니지만 단무지의 참 모습도 처음 봤습니다. 단무지가 무에다 단물을 들인 거였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네요! 직접 할머니가 집에서 담그신 거랍니다.



간식이 빠지면 섭섭하지!







물론 젊은이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엄마랑 장 보러 나온 고등학생들도 보이고 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서울에서 본 다른 시장만큼은 아니었기에 분식집이 많지는 않더군요. 굳이 바깥에서 팔지 않아도 얼마든지 직접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기 때문일까요? 여하간 그래도 분식집은 있었습니다.







빛 제대로 받은 이 튀김이 뭔가 몰랐는데 다음 날 가보니...







왕 김말이였습니다. 저는 김말이에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 절대 안 먹습니다. 흑흑.

초등학생 때 처음 먹어보고 체했어요.







모양이 예쁜 맛난 반찬거리도 팝니다 '-'








떡집은 많았는데요.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이름도 화려한 궁중 떡집입니다.

이 골목은 두 번째 날에야 찾았습니다.







여행 마지막날이라 기차에서 먹을 음식을 사가고 싶었는데, 저 올망졸망 귀여운 인절미가 눈에 뜨였습니다. 10개의 천 원, 한 개에 백 원 꼴입니다. 이날은 장날이라 사람이 많았습니다. 사진 찍겠다고 양해를 구하니 "다 팔렸는데 뭘 찍어~"라고 하셨어요. 많이 파셨나봅니다. 할머니가 포장해주고 계십니다.










너무도 한가한 한내시장의 현실









앞선 포스팅에서 2월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보령 한내시장을 찾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2월 2일날 한내시장을 찾았을 때는 너무나도 한가한 시장이었습니다. 물론 무척이나 추운 날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행인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점포정리 팻말이 간간이 눈에 뜨였습니다. 시장엔 손님보다 상인들의 숫자가 더 많았습니다.








다음 날은 날씨가 조금이나마 풀렸고, 장날이기도 하여 사람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흥성거리진 않았습니다. 지도를 보니 보령에는 홈플러스도 있고 이마트도 있습니다. 대형 자본의 공세에 약자인 전통시장이 피해보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보령은 농산물도 수산물도 풍부하고 질 좋은 고장입니다. 그런데 왜 산지의 싱싱한 물건이 많은 시장을 놔두고 물량으로 승부하여 그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마트에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내시장의 매력은 이토록 무궁무진한데 말이죠. 게다가 다른 시장들과 함께 모여 있어 충분히 명소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보령 관광을 하려고 보니 전통시장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했습니다. 그나마 보령관광안내소가 있어 한내시장과 중앙시장의 차이, 5일장 정보 등에 대해서 알 수 있었지, 홈페이지나 관광안내책자에는 시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보령의 전통시장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광과의 연계를 통해서 보령 지역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제가 작년에 탐방을 다녀온 구리종합시장의 경우 구리관광책자에서 추천하는 다양한 여행 코스 중 구리종합시장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해수욕장 방향은 반대방향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성주사지나 성주산휴양림, 석탄박물관, 개화예술공원 등 성주 근처의 여러 관광지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시내를 경유해야 합니다. 따라서 체험형 관광자원으로 전통시장에 대한 안내를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