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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정치!/공연

Round&Round 서울서울서울. 낭랑18세 윤주의 맘을 훔치다.



홍대음악 정면돌파 라운드앤라운드 12번째 공연 서울, 서울, 서울


Round&Round
vol.12 
* Seoul, Seoul, Seoul*




11.12.29  TUE,  @강남 LIG Arthall
얄개들, 아폴로18,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뽐뿌에서 스마트폰을 사서, 뽐거지에 입성한 지 일주일이 조금 지났을 즈음이었다. 이 요물은 어느새 나의 생활을 잠식하여 이미 눈을 아플 대로 아픈 상황이었다. 그래도 여느때처럼 트위터 타임라인 언저리를 깔짝이고 있었던 밤. 아쉬타카(@a_shitaka) 님이 올리신 트윗을 보게 됐다. 내용인 즉슨,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건강하고 긴 삶'을 언급하며 이 가수의 보컬 조웅과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를 연결지으시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나는 도대체 이 노래가 어느 정도길래 이런 칭송을 받는 지 궁금했다(논리 : 라디오헤드는 W&Whale 웨일 언니의 우상이다. W&Whale은 나의 우상이다. 고로 라디오헤드는 우상급의 가수다). 지금 찾아보니 링크도 걸려있지 않았는데 직접 찾아본 걸 보니 많이 궁금하긴 했나보다. 그렇게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인디투고 영상(여기요)을 통해 그 매력적인 목소리를 처음 접하게 됐다.

으아니 이건 왠 오아시스냐?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동안 뚫려 있다고 생각했던 귀는 이런 노래도 못 찾아 듣고 장식으로 달고 다녔던 것일까? 추워서 꽁꽁 싸맨 현실의 인간들과 대조적으로 시~원한 반팔을 입고 여유로이 목청을 뽐내는 그들을 보고 판타지라 부를만한 강력한 호감을 갖게 됐다. 가사는 또 어찌 그리 심오한지. 밥솥엔 콩밥이 있다늬! 그의 시계는 심지어 방수가 된단다! 워터 레지스탕스! 필요한 몇 마디의 말로 이뤄진 담백한 가사는 구구절절한 말보다 호소력있었다. 수많은 노래들이 사랑에 울고 웃으며 '낭만적 사랑'의 허상을 부풀릴 때, 이들은 '밤에는 그리움이 있구요. 나에겐 아직 시간이 많아요'라는 낙관론적인 가사를 읊는다. 아시다시피, 대학교 4학년 1학기 끝나가는 나같은 시기에는 '시간 많다'라는 이야기를 듣기 쉽지 않다. 그때부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노래를 찾아듣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감동적이게도 위드블로그에 라운드앤라운드 12번째 공연이 떴고, 쾌재를 부르며 리뷰어 응모했다. 신청하면서 본인에게 논술을 배웠던 (수능 끝난) 고3 윤주가 생각났다. 감정적으로 힘들 때 과외 학생들의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에서 큰 위로를 받았기도 했고, 또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영향을 끼친다는 그 쾌감을 알기에! 앞길이 창창한 그 아이들에게 보다 멋진 세계를 하루 빨리 소개시켜 주고 싶었다! 연극도 한 번 보지 못한 윤주지만 무엇보다 충격을 줄 것은 홍대의 자유로운 공연문화라는 것을 잘 알기에! 계절수업을 듣느라 바쁜 와중이지만 대학로로 불렀다. 위 사진은 윤주가 강추한 팬쿡에서 스테이크를 먹은 것이다. (자랑임)
그래봤자 햄버그 스테이크였다. 어서 돈을 벌어 진짜 괴기를 썰게 해 주리다.





부른 배를 움켜쥐고 공연이 열리는 LIG아트홀로 이동했다. 처음 가 본 곳인데 무척이나 쾌적했다. 화장실에는 가글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곳곳에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한 편안한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고, 전반적으로 쾌적하고 깔끔했다.









공연장 내부 사진이다. EBS SPACE 공감을 녹화하는 EBS SPACE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작지만 밀도있는 분위기, 꼼꼼하고 촘촘히 박힌 조명, 무대와 가까운 편안한 좌석 등. 100% 스탠딩일거라 확신했는데 높은 굽의 운동화를 신은 윤주에게 다행이었다! 관객안내원까지 계셔서 홍대 공연장들과는 사뭇 달랐다. 이런 분위기를 기대하고 간 것이 아니기에 어색하긴 했다. 하하.






셋리스트까지 표 창구에 구비되어 있어 작은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왜 서울,서울,서울이 공연명인가?


프로젝트 <서울>
라운드앤라운드의 기획으로 7개월간 준비해온 <서울>은 전체 27팀의 뮤지션이 참여하는
대규모 컴필레이션 프로젝트입니다. <서울>은 그들이 곡 작업과 공연을 하는 영감의 공간이자, 삶을 영위하는 일상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한강’, ‘이태원’같은 우리가 아는 구체적인 장소가 나오기도 하고 사물과 기억에 비춘 개인적인 서울의 모습 또한 만날 수 있습니다. 뮤지션의 시각으로 바라본 <서울>은 27곡으로 태어나 2012년 1월에 발표됩니다.






# 얄개들

첫 주자는 얄개들이었다. 이들의 음악도 처음 듣는 것이었다. 이름부터 참신한 밴드였다. 어쩜 저렇게 복고 패션을 잘 소화할 수 있지. 그들의 복고적 음색이나 패션은 현재에서 과거를 지향하는 방향이 아닌 듯 싶었다. 그냥 과거에서 현재로 튀어나온 느낌이랄까... 적절하게 하얀 얼굴과 장발, 그리고 별다른 기교 없이 쭉쭉 뽑아내는 목소리, 악기 연주!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라늬. 이건 반동이요 혁명이다. 젊은 치들의 방황이나 권태로움이 가사는 물론 목소리랑 표정에까지 묻어나와 재미있었다. 다만 관객들이 몸이 덜 녹았는지 호응에 소극적이어서 아쉬웠다. 정말, 좋았다구요. ㅋㅋ 학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친근한 느낌이라 좋았다. 저런 오빠들 있었으면 좋겠다. 하하.








# 아폴로18

낭랑18세 윤주는 아폴로18의 연주와 퍼포먼스에 꺆꺅대고 있었다. 그들은 윤주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무엇으로 하여금 윤주는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가? 공연장을 와 보지 않았다던 윤주는 대체 왜 이렇게 빨리 적응하여 기쁨에 자지러지고 있는가? 아폴로18에게 정말 감사하다. 각종 기분좋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도록 만든 열정적 공연을 선보였다. 등장부터 심상찮았다. 얄개들이 20대 중반 막 복학해서 예쁘게 입고 다니는 복학생 오빠라면, 아폴로18은 도대체 몇 학번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동아리 권력 사슬의 맨 윗 단계에 위치한 왕 선배 같았다. '졸업은 언제 하세요...?' 학교 생활에 통달하여 큰 목소리 내며 휘젓고 다니시는... 화끈하게 잘 노셔서 후배들 기 죽이는...



2009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2010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수상뿐만 아니라 평단에서 ‘이미 완성된 신인’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데뷔’ 등의 호평을 얻은 아폴로18을 위한 무대도 펼쳐진다. 2008년 결성된 아폴로18은 3인조라는 미니멀한 구성을 바탕으로 그런지, 하드코어, 펑크적인 성향에서 사이키델릭, 포스트 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들만의 오리지리티를 만들어왔다.


 - 록그룹 ‘아폴로18·야야’의 독특한 음악 속으로<세계일보>




제대로 된 락 공연을 본 것 같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공연하시는지 기를 받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ㅋㅋ 공연 중에 사용된 LIG 아트홀의 조명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또 베이스 잡으시는 김대인 분이 말씀을 주로 하셨는데, 직설적 화법과 반어법 등으로 매력적인 말솜씨를 뽐내셨다. 윤주가 특히 반했다. 그리고 김대인 분은 다음 가수로 구남을 소개하면서 자신도 좋아하는 밴드라며 추켜세웠다.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12월 29일 곧 24살이 되는, 또래들은 스스로를 늙었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어린 본인과, 만18세의 풋풋함을 자랑하는 윤주는 30대 구남 멤버들에게 세배를 받았다. '아이고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기 위엣 사진이 그 증거. 어찌나 새초롬하게 절을 잘 하시던지 어렸을 때 세뱃돈 많이 받으셨을 자태임. 이런 파격과 똘끼에 무척이나 열광하는 나는 바로 반해버리고 말았다. 역시 사람은 직접 만나봐야 안다고... 인디투고의 도도하고 섹시한(!) 모습보단 무척이나 귀여우시다는 인상이 강했다. 멤버 모두 다. 오고 가는 뻘쭘한, 그러나 계산되지 않은 날것의 멘트 속 꽃피어가는 관객과 가수 간 유대관계. (임꼭병학 님은 멘트를 하다 잘 안 되자 조브라웅 님에게 '도와줘'라고 외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걸 윤주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인기가요나 음악중심에 나오는 대중가수들이 공산품이라면 홍대 인디밴드는 난전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물건이랄까?









하악 내가 듣던 그 목소리와 목청이야... 독특하면서도 맑은 목소리는 듣기 편했고... 예의 '건강하고 긴 삶'을 시작으로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넣었다. 특히 여성들이 가관이었다. (아이디 때문에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본인도 여성임) 무엇이 여성들로 하여금 구남에 열광하게 만들까? 나는 알지. 진짜 완전 후리한 모습이셨는데 그마저도 매력이 철철 넘쳤다. 그리고 잘 생기셨더라고... 영상 보고 1박2일 나영석 PD님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노래 몇 곡 하신 후에 관객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며 우리를 불러모았다. 다들 쭈뼛쭈뼛하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쪼르르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래서 사진을 크게 찍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좋아했던 남자애 대할 때처럼 완전 부끄러웠다. 진짜 매력적!!! 내 마음 속 귀염성 1위는 안녕바다 나무였는데 그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에 대한 노래 중 구남의 노래가 크게 와 닿았다. 타지에 고향을 두고 서울에 올라온 사람들에게 따스한 질문을 던진다. 서울살이 어떠냐고. 성공은 하셨냐고. 역설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이 더 따뜻할 수 있다. 1월에 음반 나온다던데 도시성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꼭 들어보고 싶다. 아래는
프로젝트 <서울> 음반에 참여하는 가수들.


참여 뮤지션
아폴로 18 / 3호선 버터플라이 / 9와 숫자들 / 검정치마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굴소년단 / 로다운30 / 모임 별 / 몽구스 / 바비빌 / 방준석 / 백현진 / 불싸조 / 서울전자음악단 / 김바다 / 아침 / 아폴로 18 / 야마가타 트윅스터 / 얄개들 / 오!부라더스 / 오소영 / 이디오테잎 / 이진욱 / 조월 / 코스모스 / 튠 / 트램폴린 / 플라스틱 피플






그냥 앞으로 보게 만드는 것으로는 모자랐는지 무대로 들어오란다. ㅋㅋㅋㅋㅋ 이런 경험은 나도 처음이었다. 우리가 음악을 어떻게 만드는 지 구경 좀 하시란다. 연주하고 노래하는 입장에선 불편하고 신경쓰일 수 있을텐데 감동. 주체-객체의 관계로 마주하기 마련인 가수-관객의 경계를 허무려는 그들의 노력이 가상했음. 관객을 존중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았다. 홍대 공연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닌데, 윤주를 락앤롤(!)에 입문시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공연이었다. 세 밴드 모두 개성이 제각각이었던 것도 좋았다. 이게 진정한 포스트모던성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근길 지하철처럼 콩나물시루가 되기 십상인 여느 홍대 공연과 달리 적정한 인원의 관객으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던 것도 좋았다. 라운드앤라운드 공연은 앞으로 일종의 보증수표처럼 인식될 것 같다. 12번째 되서야 이 좋은 기획의 공연을 만나보게 된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