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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정치!/공연

2인극 페스티벌 - 명작을 만나다







2인(人)_




대학로 근방을 주 서식지로 삼게 된 2008년 이래로 다양한 공연 예술의 포스터는 원없이 봤다. 2인극 페스티벌의 존재 또한 언젠가 지나쳤던 포스터로 먼저 알았다. 정보석 씨가 하이킥에 이어 자이언트(?)로 계속 인기를 높이고 계실 즈음 2인극 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 맡았다는 소식은 화제가 되었었고 말이다. 내게 2인극 페스티벌은 출연자의 숫자를 제한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특이하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나는 대로 연극 페스티벌을 예로 들어보면... 오프 대학로 페스티벌은 극단이 위치한 장소성에 따라, 봄작가겨울무대는 신춘문예 작가들... 아니면 그냥 대학로 소극장 페스티벌이나 모모 지역 연극 페스티벌 등 주최 기관에 따라... 모노드라마도 아니고 하필이면 왜 2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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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인간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그 한자에서도 나타나듯이(人)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사람과 사람이 기대고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문자가 사람 인이다). 사람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 보면 어떨까. <1.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란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속성이 필수인 것이다. 그 어떤 무뢰배도 인간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홍상수 감독은 <생활의 발견>에서 이런 대사를 삽입했나 보다.

"우리 사람되는 거 힘들어. 힘들지만, 괴물은 되지 말자."

어디 쉽나 그게. 그래서 윗 대사에 대한 답으로 아래의 대사도 나오긴 한다.

"사람한테 사람 이상의 것 요구하지 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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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 페스티벌은 이 지점에서 기획된 것이 아닐까? 소통의 위기 담론은 진짜 지겹다. '옛말이 된지 오래'라는 말도 식상하다. 정말 지겨워.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소통'이라는 말만큼 쉽게 써먹기 좋은 말은 없지만 정말 적기도 민망하다 글쎄. 소통의 위기라면, 소통의 최소 단위로서의 2인을 상정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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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황송하게도 생일 전날 공연이 당첨되어 친구랑 보러 갔다. 6시에 보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날 따라 복이 터져서 3시에도 연극을 볼 일이 있었다. 지겨운 대학로, 주말에 간 것은 학보사 나온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갑자기 왠 겹경사(?)냐! 3시 연극을 재미있게 보고 나서(의무가 아닌지라 나중에 시간이 나면 포스팅하기로 한다. <하카나>, 일본 콘텐츠의 매력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연극이다. 완전 강추) 헐레벌떡 뛰어 왔지만 조금 늦고 말았다. 친구한테 핀잔 좀 듣구,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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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극장 정미소'. 말은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간 것은 처음이었다. 정미소가 위치한 곳은 방통대 지나서인데, 이 곳은 지하철 근접한 곳보다 한적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서 좋-다. 카페도 분위기 있어 보였다. 다음에 꼭 가야지. 급히 입장했는데 두 남자가 주거니 받거니 연극을 진행하고 있었다. 정적이 깔려 있었다. '고도를 기다리며'와 비슷한 부조리극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이해가 잘 안 됐다............. 사실 좀 졸기도 했다. 친구는 다이어트 때문에 힘든 가운데서도 말똥말똥 잘 봤지만 그녀 또한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무대가 객석과 거리감이 상당하여 그들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했지만 그만큼 몰입이 힘들었다. 게다가 자리가 뒤에 위치한지라. 다른 관객들이 담소 나누는 것을 엿들었는데, 그네들도 작품 해설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친구가 영문학도라 해럴드 핀터를 아냐고 물어봤는데, 이 작품은 모른다고 했다. 작품을 좀 읽고 갔으면 나았을텐데. 아쉬움을 안고 뒤이어 상연한 공연은 너무나도 친숙한 <이야기 심청>. 그러나 별주부전과 심청을 엮어 남성 한 분, 여성 한 분이 나와 공연하셔 새로운 느낌이었다. 전래되는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기존의 이야기들을 엮어 새로운 해석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 덤 웨이터와 달리 매우 흥겨워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원래 나는 연극을 보기 전에 정보를 찾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학보사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정보를 빠삭하게 조사하고 연극을 봤던 터라 정말 죄책감 비스무리하게 느껴질 정도였거든. 그런데 <덤 웨이터>같은 부조리극은 명작을 먼저 읽고 갔어야 했던 것 같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