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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정치!/공연

연극 명퇴와 노가리] 명퇴, 생선 아닙니다





 신학기의 재미도 있지만 바쁘게 강의를 오가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으로 답답해질 때가 있는데, 3월 10일 목요일 저녁 연극 '명퇴와 노가리'를 관람하게 되었다.

 현실적인 걱정 없이 마냥 제멋대로 살아갈 줄만 알았던 나도 이제 3학년 2학기가 되니 조급해진다. 게다가 학교는 반 학기를 휴학해 3월에 2학기를 살아가는 어정쩡한 나를 편하게 4학년으로 취급해준다. 하루가 멀다하고 리쿠르팅 문자가 날아든다. 교수님은 수업에서 취업 캠프나 동아리를 들으라며, 인간은 취업 캠프를 다녀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둘로 나뉜다는 이론까지 창시하시기에 이른다.

 뭐 그렇다고 대학교가 취업 공화국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자아실현을 위해서 응당 직업을 가져야 되잖나! 직장에 취직할 수도 있고 지가 계획이 있으면 사업에 뛰어들 수도 있고 말이다. 아침 8시 30분에 벌써부터 도서관 줄을 늘어서고 자리가 부족한 건 대학생들이 본분인 학문에 힘쓰고 있는 거지 취업 전쟁판에 뛰어든 건 아니잖아?

 그래도 한국 대학생들은 본인들을 '잉여'로 규정짓고 괜히 현실을 원망하며 한숨짓도록 권하는 풍토에서 살고 있는건만은 확실한 것 같다. 연극 <명퇴와 노가리>는 에서 명퇴, 노가리는 각각 두 세대를 지칭한다. 하나는 명예퇴직하고 집안일을 하며 사는 50대 이상의 아버지 세대이며, 노가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아직 잡지 못한 20대 청년 백수 말이다. 연극은 주로 '명태', 아니지 '명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본인은 노가리가 좀 더 친숙하기 때문에 후자에 관심이 많이 기울더라.

 그런데 노가리의 심정이나 자세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와닿진 않았다. 그저 명퇴, 또는 그 가족이 바라보는 한심한 노가리의 모습에서 그쳤을 뿐, 이렇게 되면 우리네 청년들은 조금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명퇴가 잘 그려진 것도 아니다. 아내가 다소 신경질적이고 남편은 자신이 무시받는 것을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받아들인다. 한심하고 답답한 명퇴의 모습에 웃음은 나오지만, 이 연극을 보는 우리 명퇴 아버지들은 심기가 불편하실 것 같다.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 또한 그들의 자존감을 살려주는 것이 아니었고...

 웃음 뒤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 이 연극의 주제란다. 진정한 가족의 모습은 생각보다 잘 표현된 것 같지 않다. 아니면 내가 그 모습을 발견하기에는 아직 어린지도. 이해의 차원을 떠나 20대 초반보다는 20대 후반부터 추천하고 싶은 연극이다. 어머니, 아버지들이 오셔서 보셔도 좋을 듯 하다. 부부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도 다룬 바 있는 연극이니.



△ 기간 : ~ 4월 17일
△ 장소 : 대학로 더굿씨어터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출구 난 방향으로 죽 걷다 동성고 전 마리스꼬 건물 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