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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정치!/공연

공부자탄강일! 공기2561년, 성균관 대성전 추기 석전대제



풍성하게 길었던 추석 연휴, 잘들 보내셨어요?
저는 외할머니댁이 있는 구례에 가서 밤도 먹고 나물도 먹고 맛있는 거 왕창 먹고 배탈나서 그제서야 고구마줄기도 따고, 밤도 따고 일도 좀 했답니다. 남쪽에 간 김에 광주비엔날레까지 다녀와서 정말 뜻깊었어요.
앞에서 길었다고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2010년 이번 해 추석은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화수목에 당첨!되어서 월요일과 금요일까지 쉬면, 일주일을 내리 휴일로 살 수 있었죠. 긴 연휴 덕에 자동적으로 교통량 분산 효과가 일어났다는 언론의 분석처럼, 매년 추석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귀경/귀성 자동차 행렬이 이번에는 조금 예외였죠.

그런데 안그래도 긴 연휴를 조금 더 길게 보내는(보낼 수 있는) 이들이 있답니다.
바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입니다!
무슨 소린지 알쏭달쏭하다고요? 그렇다면 질문 하나 할게요. 9월 28일이 무슨 날이게요?
거기, 부인 생일을 잊은 건 아닌 지, 연인과의 기념일을 까먹었는지 아차 놀라셨던 분들, 그러지 마세요. 바로 9월 28일은 공자님의 생신이랍니다.
공자님의 확실한 탄생일은 전해지지 않지만, 기록을 추정해봤을 때 9월 28일이 가장 신빙성있어 그 날로 정해 기린다고 하네요.
그런데 공자 생신과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조금 더 쉬는 게 무슨 상관이냐고요?
바로 성균관대학교가 아시아, 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 공부자탄강일(9월 28일)을 휴일로 지정한 유일한 대학교에요.
이 덕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월요일에 교수님이 휴강을 하는 아량을 베풀어 주시거나, 수업이 없는 날이라면 아주 긴 휴일을 보낼 수 있었다는 거죠. 학우들은 '공자님이 내일은 쉬라셨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등의 반응을 보이며 소소한 기쁨을 표하고 있답니다. 물론 공부자탄강일이 휴일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물론 이는 꽤나 중요하기도 한 일입니다)

9월 28일은 또 성균관의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공부자탄신일을 기념하여 매년 추기 석전을 봉행하고 있지요. 성균관(관장:최근덕)이 주최하고 성균관대학교와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석전대제는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님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중국의 성인과 현인을 추모하고 덕을 기리기 위한 행사에요.
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인 석전은 성균관을 비롯한 전국의 향교에서 공자의 기신일(돌아가신 날)인 매년 양력 5월 11일과 탄강일인 양력 9월 28일에 동시에 봉행되고 있어요.

이건 참조 기사입니다^0^
공자의 덕 기리는 성균관 추기 석전
오늘 대성전에서 진행… 별도의 신청 없이도 의례 관람 가능해
2009년 09월 27일 (일) 22:39:10

오늘 공자 탄강 2천5백60주년을 기념해 성균관 대성전에서 추기 석전대제가 열린다.

성균관(관장:최근덕)이 주최하고 우리 학교와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석전대제는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를 비롯해 우리나라와 중국의 성인과 현인을 추모하고 덕을 기리기 위한 행사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인 석전은 성균관을 비롯한 전국의 향교에서 공자의 기신일인 매년 양력 5월 11일과 탄강일인 양력 9월 28일에 동시에 봉행된다.

의례는 오전 10시에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석전 봉행이 이어진다. 석전 봉행은 △전폐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분헌례 △음복례 △망예례 순으로 진행되며,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이 첫 잔을 올리는 초헌관으로 나선다. 또한 성균관 정현무 부관장이 두번째 잔을 올리는 아헌관, 성균관 유종표 임원이 마지막잔을 올리는 종헌관을 맡는다.

봉행 후에는 부대 행사로 △‘오늘의 제가상’ 시상식 △일반분향 △오찬이 열려 이번 행사가 마무리된다. 오늘의 제가상은 학술 및 실천 부문으로 나뉘며 유교 윤리를 돈독하게 실천해 화목한 가정을 이룬 사람에게 시상된다. 이 밖에도 유학ㆍ동양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수여하는 창강장학회 장학금 시상식도 열린다.

기존에 성균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관람 신청을 받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별다른 신청 없이도 의례를 관람할 수 있다. 비가 오는 관계로 기존에 4백80석의 자리를 배석할 수 있었던 묘정에서 3백석을 수용하는 동서무 계단 위로 좌석이 변경됐다. 의례 참가자들에게는 유림회관 식당에서 점심이 무료로 제공된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성균관 고응배 총무부장은 “성균관과 성균관대학교는 한 몸이므로 학생들이 성균관을 항상 가깝게 생각하길 항상 바라고 있다”며 “이번 석전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가해 유교문화를 느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균관대학교 학생으로서 우리 학교의 정체성과 뿌리를 이해하고 찾으려는, 나아가 계승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되겠지요. 특히나 대학의 본래 기능이 위협받으면서 '대학의 기업화'가 최선의 모습인 것처럼 몰아가는 세력이 존재하는 이런 상황에서는요. 그런 의미에서, 늦잠 자고 싶은 맘을 뿌리치고 이번 해에도 다녀왔습니다.

대학로 사진입니다. 지금까지 대학로를 앞마당으로 삼으면서 한 번도 사진에 담아본 적 없다는 사실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잠정적으로 제 소유인(1년 이상의 임대라고 밝혔습니다) 카메라를 가진 것은 아주 흥분되는 일입니다. 여기저기 찍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도 이쁠 것 없고 흥미로운 것 없어뵈는 거리를 찍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일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말이죠. 실제로 대학로의 옛 모습을 검색해서 찾아보시면 10년 전이라도 아주 달라서 요모조모 뜯어보며 감상하는 맛이 무척 크답니다.

기록과, 보존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빛의 속도로 변모하는 도시(특히 서울)에 있어서는요. 대학로의 점포들도 반 년을 채 넘기지 못한 채 바뀌는 일이 허다합니다.

학교 정문입니다. 공부자탄강일은 학교 공식 휴업일인 관계로 한산합니다.

보이세요 현수막? ' 봉) 공기 2561년 추기석전 (행'

성균관 문묘일원입니다.

대성전 입구입니다. 석전은 오전 10시에 시작하는데, 저는 10시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했답니다 ㅠ_ㅜ   작년 석전에는 지금은 필리핀 세부에 있는 친구를 꼬셔서 작정하고 간 거라, 10시 이전에 앉아서 기다렸거든요. 그런데 아주 조금 늦게 시작하더라고요. 그래봤자 10분 정도였을까요?

위 기사에서도 보시면 아셨다시피 석전에는 정해진 순서가 있습니다. 제가 들어갔을 때는 '아헌례'가 진행되고 있었죠. 저기 흰 의자 보이시죠? 작년엔 제가 저기 앉아서 편안하게 관람했더랬죠. 참가자들은 나이 지긋하게 드신 어르신들이나 엄마 아빠 나이대의 중장년층 분들이 많이 계셨죠. 그렇지만 저처럼 어린 학생들도 꽤 보였어요. 평소에 보기 힘든 광경, 흥미롭게 지켜보는 모습에 저도 동참했죠. 날씨도 정말 좋고. 사실상 잔치잖아요 잔치. 생일은 기쁜 거니까요. 성인과 현인을 추모하면서 그 위대함을 되새기고. 특히나 우리 학교 내에 문묘가 있는 것도 모자라 이런 행사가 개최되는 걸 보면서 자랑스러움을 크게 느낀답니다. 이런 게 바로 우리 학교의 자랑인데. 중앙일보 대학평가 4위를 했다거나(이건 자랑은 아니죠) 잘 가르치는 대학에 선정됐다거나 산합협력 1위 대학이라는 것보담요 훨씬.

늦게 가면 안내 책자도 받지 못해요. 한정된 수량을 찍어내다보니 모자라거든요. 그래서 어떤 아저씨가 갖고 계신 거 부러워서 찍어봤어요.

아아니 못받았다면서 왠 근접사진이냐고요? 대담하게도 빌려서 사진을 찍은거냐고요? 그건 아니에요. 어른들 틈바구니에 낀, 게다가 혼자 구경 온 학생이 무슨 용기가 나서 그런 짓을 하겠나요. 저는 그런 위인은 못 됩니다. 가끔 빼고요?!?!? 관계자로 보이는 분께서 다행히 남은 게 있었는지 10부 정도 들고 오시더라고요. 냅다 한 부 주세요~ 했죠! 내용은 작년에 받았던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표지 디자인이 다르단 말예요. 하하

첫 잔을 올리는 '초헌관'이 누구냐가 궁금했어요. 왜냐하면 작년에는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초헌관을 맡았기 때문에 좋은 구경했거든요. 생각보다 주름이 많으셨어요. 손을 씻고, 비를 건네 받고, 잔을 받고... 등등 일련의 석전 봉행 순서에 따라 움직임을 하는 유인촌 아저씨를 더러 주위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가 '배우라서 잘 따라허는구만' 하셔서 속으로 많이 웃었다는ㅋㅋ 이번 해에는 성균관 부관장께서 맡으셨다 해설자분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5월 11일 열린 춘기석전 초헌관은 전 국무총리 이한동 님께서 맡으셨다네요. 현 성균관대학교 총장님의 초헌관 사진이 석전 책자에 실려있기도 합니다.

다양한 악기도 동원됩니다. 무식한 저는 경이랑 종밖에 모르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악기이기도 합니다. 문묘제례악을 위한 것이죠. 문묘제례악은 http://www.artsnews.co.kr/news/64659 참조!

악기 연주와 춤 모두 대학생들이 맡는 것 같았어요. 춤은 특히 우리 학교 무용학과의 임무란 말씀! 멋져요 그대들!

저는 늦게 가서 춤 추는 것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어요. 정작 춤추는 모습을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뜨거운 날씨, 계속 앉아 있기 힘들텐데 절대 흐트러짐 없이 정면을 응시하던 저 분께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일무의 정신까지도 재현하는 모습이랄 수 있겠네요. 이런 감동이 꽤나 있었습니다.

신문사 후배를 그 때 우연히 만났습니다. 사진 찍으러 왔다더군요. 역시 이슈의 현장에 빠지지 않습니다. 제가 제일 아끼는 후배입니다. 귀여운 놈 

참가자분들도 찍어봤습니다.


석전은 망예례를 마지막으로 끝났습니다. 오늘의 제가상 시상 등이 남아 있었지만 본 행사는 끝난 셈이라 많이 어수선해지죠. 작년에 분향을 하지 못했고 제사 술도 받아먹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해엔 줄이 아무리 길어도 기다려서 기필코 해보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언제 분향이 시작될까, 기웃기웃대다가 멀리서도 눈에 띄는 분이 계셨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제 눈에 흔히 볼 수 없는 분이잖아요(도시가 아니라도 그럴겁니다 거주지가 향교 옆이 아닌 이상) 또 다름이 아니라 심삼 김창숙 선생님 같아서요...

용어 하나하나가 생소한데, 아무튼 땅바닥에서 위로 올라왔습니다(단상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만 절대 단상이 아님을 압니다)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였죠.

우와! 대성전 내부입니다! '대성전 선성선현위패 봉안위차도'와 대조하며 위치를 확인해보시는 어른도 계셨죠. 제가 찍은 저건. 대성지성문선왕大成至聖文宣王. 공자시죠. 

블로그 쓰면서 찾다 보니 상당히 많이 배우네요. 책 좀 읽고 공부 좀 해야겠어요.

대성전은 아무때나 볼 수 없습니다..... 작년에는 식이 끝나고 바로 밥 먹으러 갔기 때문에 이 좋은 구경을 못했었는데. 

위에서 이것 저것. 사진 남발 죄송합니다.

대성전 말고도 속에 들어가보니 여기저기 많더라고요?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는 줄 몰랐어요. 평소엔 개방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500년 된 은행나무가 안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에요. 상당히 반가웠습니다. 누가 몰라줘도 건강하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이런 놈(호칭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22짤, 나무는 500살). 앞으로도 건강하길.

아아! 명륜당의 실체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야 있었습니다! 여기서 단체사진을 찍고 계시더군요. 보기만해도 흐뭇해집니다.

명륜당 천장입니다. 저 문자들을 다 읽을 수 있는 정도까지 지식을 쌓고 싶은데 어떻게 좀 안될까요?


혼자만의 내부 탐방을 마치고 대성전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진 찍고 있는 후배를 딱! 발견하곤 옆에 가 섰죠. 오늘의 제가상 등 부대 행사가 끝나고 일반 분향을 위한 줄이 생기더군요. 그 와중에 할아버지의 모자를 찍었어요. '천하태평'이라는 말이 너무나 와닿았기 때문이지요,

분향을 위해 선 줄과 분향하는 한 아주머니입니다,

용어 사용에 또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멍청한 용어로 설명하겠습니다. 일반 제사에서 제가 흔히 본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향을 피울 때는 그 초록색 긴 막대기에 불을 붙여 모래가 담긴 화로에 꽂아 피웠는데, 이것은 나무가루를 숯불이 담긴 화로에 넣어 분향하는 식이었습니다.(무지를 용서하세요 공부하겠습니다)

저는 분향을 마쳤고, 저에 이어서 분향하는 후배를 찍었습니다. 사진기를 갖는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남을 찍어줄 수 있으니까요. 니가 언제 이런 사진을 남기겠냐. 사진은 참 좋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순간을 다른 기록 수단보다 조금 더 자세하게 남길 수 있으니까요. 저 동작, 저 연기의 움직임, 주위에 서성대는 모르는 이들과 2010년 9월 28일 밥 먹기 전 대성전의 저 장소는 사진으로 하여금 freeze!

분향 마치고 술을 받았습니다. 술을 받으러 대성전 계단을 내리는데 도포 입으신 할아버지께서 후배에게말을 거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자네는!' 깜짝 놀랐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상상의 나래를 폈어요. '자네는 술을 받을 수 없네! 자네의 기운은..'라든지, '썩 꺼지게! 여긴 자네가 올 데가 아니네!' 그만큼 현실적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도 믿을 것 같은 뭔가 영험한, 음.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분위기에 취해있었나봐요. 그런데 정작 하신 말씀은 지극히 현실적인 덕담이었어요. '자네는 술 받아 먹으면 여드름도 싹 없어질거야' 미소가 퍼졌습니다. 복술이라는 거겠죠? 그 말을 듣고 엄마한테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드디어 술을 받는다! 두근두근! 두 병이나 주시네요? 술을 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간(낮 12시 정도였으니까요)이었지만 맛은 봐야죠. 한 모금 맛봤는데 막걸리나 동동주와 약간 비슷했는데 더더 셌습니다. 한 모금 마시고는 얼굴이 벌개졌어요 =_+

후배놈, 술 받고 기분 좋아 잇힝~! 포즈 요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