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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축제, 시장

보령 한내시장 '맛집 수제비' : 구수한 들깨수제비 칼칼한 고추김밥



보령 한내시장 먹기. 맛집 수제비. 구수한 들깨수제비로 몸 녹이고 칼칼한 고추김밥으로 열 내다.
아무진 전주댁 솜씨 한 번 맛보실라우?





명문당사거리에서 내려 약간 헤매다 한내시장을 찾았습니다. 시장에 오니 생경한 풍광이 펼쳐지더군요. 집에서 손질한 나물이며 조개며 들고 시장에 옹기종기 앉아 계신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많았습니다. 추운 날씨에 상인분들마저 안 계시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말이죠. 행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자세한 사진과 후기는 시장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리고. 여하간 시장 탐방도 식후경. 뭐 먹을 데 없나 두리번거렸습니다. 한내시장 바로 옆 골목에 있는 수산물시장쪽에 생선좌판을 펼치고 계신 아주머니께 여쭤봤습니다.

"어머니 여기 제일 맛있는 데가 어디에요?"
"밥 먹으려고? 여기 칼국수집 시원하고 맛있어. 들어가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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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나 수제비는 평소에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그런데 보령에서 처음 먹는 음식이니까 이왕이면 특별한 것을 먹고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어머니의 강력한 권유로 못 이기는 척 들어갔습니다. 햇살이 내리쬐 간판 색이 잘 안 살았는데요. 한내시장의 간판 색과 닮은 옅은 초록색이 산뜻합니다.







메뉴를 살펴보니 그냥 들깨수제비가 있네요! 들깨가루가 들어간 것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제게 반가운 메뉴였습니다. 들깨수제비를 찜하고 따뜻한 난로를 쬐며 주인 아주머니께 추천해주실 메뉴 있냐고 여쭤봤어요. 바로 "고추김밥! 고추김밥이 맛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배도 고프고 얼마나 맛있으면 강력 추천!을 해주실까 싶어서 둘 다 주문했습니다. 들깨수제비 한 그릇이랑 고추김밥 한 줄 주세요!








점심시간이라 미리 싸 두신 고추김밥이 빨리 나왔습니다. 선반에서 김밥을 봤을 땐 몰랐는데 속을 보니 꽤 매콤해 보입니다. 게다가 고추기름이 발라져있어 먹음직스럽군요. 매운 걸 잘 먹는 편이 아니라서 고추김밥은 처음 도전해봅니다. 학교에서 '멸추김밥'은 시켜먹어본 적이 있는데요. 멸치랑 고추랑 넣어서 꽤 매운 것이었습니다. 이 김밥은 적당히 매콤했습니다. 게다가 추운 날 밖에서 떨다 들어온 제게 고추김밥의 칼칼한 매운 맛이 열을 내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성주산에 등산하실 생각 계시면 이거 싸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난로를 쬐며 따뜻한 식당에 앉아 바깥을 쳐다보았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식당 안 이곳 저곳을 찍고, 또 석탄박물관이나 개화예술공원 가는 법을 묻는 어리벙벙한 제 모습에 아주머니가 질문을 하십니다.

"보령엔 무슨 일로 왔어?"

"음, 시장도 보고 여행하려고요"
"혼자?"
"네. 잠도 자고 갈 거에요."

어느새 배달 나가셨던 아저씨도 오셔서는

"아이구 용기가 대단하네"
"아 왜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은 혼자도 자주 다닌대잖아"


라십니다.



수제비를 만드시는 아저씨 아주머니의 다정한 모습.





수제비나 칼국수는 주문과 동시에 만드십니다. 제 수제비 만드시랴, 시장 상인들의 주문 전화 받으시랴 바쁜 와중에도 제 말동무가 되어주셨습니다. 제 여행에 대해 용기를 북돋아주시고, 음식은 맛있는지 끊임없이 물어봐주셨어요. 엄마가 전라남도 사람이시라 들깨가루를 예전부터 많이 먹었다고 말하니 아주머니가 전주 출신이라고 하십니다. 대천에 이사온 지는 오래되지 않으셨다고 해요. 선한 인상의 아저씨도 예전에 화물 일을 하시며 저희 엄마 고향 근처에 가신 적이 있는데 좋은 고장이라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수제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었습니다. 손반죽으로 하십니다. 수제비는 뜯으시고 칼국수는 칼로 써십니다. 히히히 재빠른 손놀림으로 수제비를 뜯는 모습에서 장인 정신을 읽었습니다. 아래 끓여지고 있는 것은 아마 얼큰수제비인 듯 합니다.








수제비님 안녕하세요. 보시다시피 아주 찐~하고 뽀~오얀 들깨가루 국물이 매력적인 들깨수제비입니다. 부추로 산뜻한 마무리가 되었네요. 수제비는 반죽을 어떻게 하셨는지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매우 좋았습니다. 김치와 함께 넣고 씹으니 쫄깃 아삭 행복해지는군요. 국물이 몸을 훈훈하게 데워줍니다. 매콤한 고추김밥과 궁합이 딱 맞군요. 두 개 다 시키길 잘했습니다.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아니 몇 방울 남겼네요) 싹 긁어 먹었습니다. 제 위장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곤 김밥이 남으면 좀 싸가리라 했는데 헛된 걱정이었습니다. 조금 놀라셨을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여하간 푸근한 사장님 사모님 덕분에 여행을 시작할 힘을 충전했습니다. 다 먹으니 더워서 목도리와 코트를 던졌습니다. 역시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만큼 열내는 데 좋은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겨울 보령 여행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맛집 수제비였습니다.








보령 맛집 수제비(칼국수)
(간판에는 뚝배기 해물 칼국수)
041-934-2246

지도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네요.
한내시장 옆 골목 수산물시장 아치 있는 곳에서
조금 들어가시면 왼편에 초록 간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