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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정치!/음반

MEW의 Eggs Are Funny :: 독특한 친구들일세









 MEW라니, 고양이 울음소리 같기도 한 이 밴드 이름을 난 처음 들어 봤다. 세상은 바쁘기도 해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일이 진행된다. 이 밴드는 그 이름도 위풍당당하게 '초호화 베스트 컬렉션'을 빼들고 나왔다. 무려 14년차의 관록을 뽐낸다. 덴마크 모던록씬의 최강자로 큰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덴마크라, 외국 문화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호기심이 일 만도 했다. 또 콜드플레이, 킨을 좋아하고 라디오헤드, 뮤즈, 오아시스 등에 관심이 있는 나는 이들과 성향이 비슷하다는 MEW가 궁금하기도 했다. 스파이더맨 OST까지 불렀으면 실력은 물론 상업적으로도 인정받았다는 걸텐데 나는 왜 전혀 몰랐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며.









 아쉽게도 MEW 음악과의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음반들의 수난시대(기껏해야 두 장이지만). 따로 시킨 CD도 그렇고 요새 우리 집에 오는 음반들이 남아나질 않는다. 누가 쿵 찧기라고 하나. 살짝 깨져서 왔다. 저기 여러분을 '관조적으로' 응시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사내는 MEW의 멤버들 전원의 얼굴을 합친 사진이라고. 탈퇴 멤버까지 함께 넣는 끈끈한 우정을 선보이기도 한다. 역시 국민 밴드는 다르구나.








 음반을 받을 당시 개강 즈음이다 편집이다 뭐다 해서 갑자기 조용했던 방학이 들쑤셔진 참이었다. 일요일에 먼지 구더기인 집구석을 청소하려고 하던 찰나, 오디오에 MEW의 음반을 넣고 틀었다. 뭔가 색다를 거라는 기대감을 품고 두근거리기까지 ! 재생되는 순간, 새로운 공간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임팩트가 강하진 않았지만 신선하게 귀가 트이는 느낌이랄까? 보컬의 목소리도 여느 것과는 다른 느낌. 툭탁거리며 시끄러운 게 멋인 락밴드임에도 이들의 음악은 듣기 편했다.




                           TRACK LIST

  • 01. Am I Wry? No
  • 02. Snow Brigade
  • 03. Beach
  • 04. Introducing Palace Players
  • 05. Silas the Magic Car
  • 06. Wheels Over Me
  • 07. Saliva
  • 08. She Came Home For Christmas
  • 09. Sometimes Life Isn't Easy
  • 10. Do You Love It? (NEW single)
  • 11. Eight Flew Over, One Was Destroyed
  • 12. 156
  • 13. Special
  • 14. The Zookeeper's Boy
  • 15. Comforting Sounds






 개강을 맞아 급 피로해져서 의지할 데가 필요해진 본인은 MEW의 음반을 심신 안정제로 복용했다. 또 우리 학교 캠퍼스가 상당히 비좁아서 청력 또한 피로해지기 마련이라 귓구멍 정화제로도 사용했다. 이쯤 되면 남용인가! 여하간 3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쓰시는 여러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MEW의 이 음반 세 곡을 추천해드리겠다 !




    15. Comforting Sounds



 고양이는 그렇게 숨죽였다. 제 앙숙처럼 짖는 법은 없었다. 가만가만 발을 떼고 수염마저 조심히 정돈했다. 고양이에게 '나비'라는 별칭이 붙은 건 이런 면에서 아주 잘 어울려. MEW 밴드가 고양이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보컬의 목소리는 관련이 있다는 쪽에 방점을 찍는 것 같다. 실험적이고 참신한 락 사운드를 듣느라 긴장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까? 마지막 15번 트랙 곡은 고양이처럼 얌전하다. 그러나 나긋나긋함 속엔 무서운 흡인력이 있다. 속삭이듯 굽이 굽이 풀어놓는 가사는 잠들기 전에 꼭 찾아 듣던 동화를 연상케 하는 정겨움이 있다. 9분 정도로 꽤나 긴 이 음악은 후반부로 갈 수록 사운드가 높아지고 증폭되는데, 초반에 어르고 달랜 가락이 있어서인지


    09. Sometimes Life Isn't Easy



 현재의 바쁘고 지친 삶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백 번 옳은 일이다. 여러분도 그러느라 힘드신 게 아닌가. 하지만 다시 싸울 힘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꿈과 같은 분위기에 몸을 실어보는 것이 좋다. 이 곡은 다소 실험적인 사운드와 전개가 돋보인다. MEW의 곡은 우리나라에서 한창 유행하는 후크송과 달리 마디 마디가 모두 새로운 도전이 엿보여서 더욱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대중음악에 매몰된 귀를 트이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위로제로 작용한다. 어딘가 이국적인 사운드에 포근히 감싸인 본인을 발견하게 될 것.



    11. Eight Flew Over, One Was Destroyed



 최근에 눈물 쏟아보신 적이 언제인가. 본인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은 영상매체 기반의 눈물을 흘리게 됐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걸핏하면 눈믈을 쏟던 습성을 버리고 메마른 인간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터진 놈은 그칠 줄 모르더라고! MEW의 곡은 겉으로 경쾌해보이는 것들까지 모조리 스산함, 애잔함 등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슬픔을 슬픔으로 치유하는 만만찮은 분들이 간혹 계신데, 그럴 땐 11번 트랙을 추천한다. 본인은 MEW의 곡을 대서사시, 소설로 평한 한 평론을 읽곤 1번부터 15번 트랙까지의 모든 가사를 소리내어 읽어보았더랬다. 그런데 입시에 손을 놓은 이후 등을 돌린 영어라서일까. 크게 와닿진 않았다. 자꾸 누군가를 부르는데, 각 곡엔 등장인물이 있는 것인가, 생각도 해 봤는데. 그런데 11번 트랙은 뭔가 감춰진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표정으로 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덴마크에 무슨 큰 자연재해가 있었던가? 정확한 정보는 한국 검색으로는 찾기 힘들었다. 구글링을 돌려보면 알겠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랴. 우리는 그냥 그 감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