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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정치!/음반

재즈피아노로 부르는 노래, vian_song, my eternal love


"Song, My Eternal Love"




최근 한국 재즈1세대의 모습을 다룬 휴먼다큐가 개봉을 앞두면서
다른 어떤 나라의 재즈도 아닌, '한국재즈'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길 걸로 예상되네요.
저 포스터에 유일한 여성분, 야누스의 박성연 씨의 사인을 소장하고 있는 저로서는(ㅋㅋ)
아주 반가운 상황이에요.
사실 재즈클럽 야누스도 문 닫을 위기에 처했고,
사람들의 관심이 뜸했던 게 사실이거든요.


"죽이는 거 들려줄까?"



 

























재즈의 매력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전 재즈통은 아닙니다.
악기도 잘 모르고, 재즈의 계보도 몰라요.

하지만 재즈를 느낄 수 있어요.

전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재즈에 젖어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즉흥적으로, 그러나 온 힘을 다해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황홀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재즈는 밤이나, 비오는 날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감수성이 가장 극대화되었을 때 말이에요.
낮의 이성보다는 밤의 감성으로 느끼는 음악인거죠.

계절로 치면, 봄과 여름의 활기에서 잠시 벗어나
죽음의 휴식을 취하는 가장 평온한 가을~겨울 정도.


비안(Vian) 3집 - Song, My Eternal Love
음반>가요
아티스트 : 비안(Vian)
출시 : 201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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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사람 목소리 없는 음악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졌었어요.
어릴 때부터 우린 으레 음악 시간에 노래 따라부르기가 음악 공부라는 생각을 했잖아요.
(한국 교육 씹는 건 평생 계속될 듯 합니다)
게다가 문학을 좋아해서 그런가, 전 가사에 예민한 사람이라서요.

그런데 재즈는 다릅디다.
'반주' 악기들 하나하나가 더 이상 부수적인 게 아니라 주인공이 되요.

비안의 선율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비록 가사는 없지만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같은 멜로디를 만들고 싶었고,
피아노라는 악기로 마치 노래 부르듯 표현하고 싶었다"
재즈피아니스트 비안의 말입니다.







겨울날, 뽁뽁이에 싸여 안전하게 다가온 vian의 선율



그런데 전 아직 소양이 부족한걸까요...
다른 재즈 음악과 비교해 어떤 것이 새로운 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래부르듯 재즈를 표현했다고 하는데 그게 어떤 점에서 구체화됐는지도 모르겠고요.
ㅠ.ㅠ.. 재즈를 느끼는 것과 예민한 귀를 갖는 것은 다른 일인가봐요.

가장 좋았던 건 두 곡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2번 트랙 "Song of Saudade"와 4번 트랙 "On The Road", 6번 트랙 "Scenery of City"입니다.
전자의 단어가 생소해서 사전 좀 찾아봤습니다.


재생하기 2번 트랙 "Song of Saudade"

멜랑촐리, 노스탤쟈만 읽으세요 으하하.
포르투갈과 브라질의 감성의 단어라고 하는데,
이 곡은 다소 이국적인 느낌이 들어서 이색적이었답니다.
생경한 느낌에 귀를 잡아끄는 매력이 있달까요.

여기서 삶에 대처하는 한 인간의 성격이 드러나는 건가요.
저는 좀 힘들거나 우울한 일이 있어도 웃거든요. 짐짓 경쾌하게.
제가 택한 2번, 6번 트랙 모두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
재즈의 매력은 "듣는 이의 귀가 다양하다"라고 생각해요.
자기 감정 이입하는거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감성을 북돋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 하다보면 선율에 고민 따위 흘려보내니까.
이 곡은 그러기에 딱 좋은 것 같아요.


자유분방함! 재치!
요 노래가 연주되는 동안 머리를 채우는 단어들입니다.
느끼한 아저씨가 통속적이고 뻔한, 그러나 달콤한 말로 여자를 꾀는 것 같군요 =_=!
끝없이 나와 함께 할 이 길처럼 막힘없이 뻗어나가는 선율이 가슴도 뚫어줘요.

재생하기 6번 트랙 "Scenery of City"

6번 트랙은 도시를 놀랍도록 생기롭게 그려낸 음입니다.
노천카페에 앉아 저마다의 얘기를 나누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생각난답니다.
이 음반의 감성들에서 다소 벗어난 듯, 빠르고 관조적입니다.
어떤 도시인가요!?

한국은 아닐 것 같은데. ㅎ_ㅎ
음, 정말 그는 녹음부터 마스터링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뉴욕에서 했다고 합니다.








이제 다른 곡들도 찬찬히 살펴보실까요?


머뭇머뭇거리며 그리움을 말합니다. 우울함보다는 조심스러움이 엿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음반에 좀 특별함을 기대해서인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제멋대로 생각하는거니 이해해주셔요.
안 그래도 요즘 그리움에 사무쳐서 요전에
2010/12/13  알듯 말듯 따뜻했던 사랑이 필요해
요런 포스팅도 했는데, 전 더는 우울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하.


초자연적인 것(자연의 힘 또한)이나 삶을 이끌어가는 미신적인 것을 지지하는 제 성향 때문인지
이 노래가 아주 거대하고 징조적으로 읽힙니다 그려.
다소 규칙적이고 활기찬 선율이 하늘에 대한 찬미처럼 느껴지네요.
시시때때로 변화무쌍하되 그 안에 깨어지지 않을 규칙이 존재하는 하늘 얼굴을 닮은 데가 있습니다.



담백하게 사랑을 그려낸 글. 비안의 음악엔 재즈라면 빠지기 쉬운 감정의 과잉이 없네요.
사랑을 얘기할 때에도 절제미를 보여줍니다.
귀족적 성향의 연주자들은 결코 감정과잉에 흐르지 않는다.
건반 위의 화려한 유희보단 전체적인 밸런스를 중시한다.
-재즈평론가 김진묵
김진묵 씨는 재즈피아니스트 론 브랜튼을 더러 위와 같이 말했었답니다.
저는 비안의 음악 또한 론 브랜튼과 같이 지적인 재즈는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소리는 맑지만 차갑지 않다'
그가 버클리 음대와 맨하탄 음대에서 수학했다는 게 참고가 될는지?


제목으로 인해 동양적인 감각을 담아냈는가 싶었네요.
근데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보며 희망을 갈구한다, 는 의미로 작곡되었다고 해요.
비안은 아마 자연물에서 위안을 얻고, 영감도 많이 얻는가봐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따스한 희망이 느껴지네요.


wilderness :
an uncultivated, uninhabited, and inhospitable region.

요 단어는 혹시 재즈의 성격을 표현하는 거 아닐까요?
라고 생각했지만 광야같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시네요.
제 생각은, 만약 그런 환경이 주어진다 해도 음악적으로 승화해낼 수 있으실 것 같은 믿음이.






 참고로 "재생하기"는 단순한 그림일 뿐 음악듣기 버튼이 아니랍니다.
저는 저작권을 철저히 준수합니다.
무료로 음악 다운받는 법을 몰라요. 으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