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생활자

정읍 중앙극장만 있나? 보령 유일의 극장! 명보극장 <댄싱퀸> 관람








알록달록 인테리어가 예쁜 보령 유일의 영화 극장 명보극장[명보시네마]
 - 댄싱퀸 관

충남 보령 중앙시장의 미니식당에서 소머리국밥을 말아먹고,
주인 아주머니의 "저 아가씨 불쌍해" 발언 충격을 진정시킨 뒤에도 7시밖에 안 됐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험 정신이 굉장히 고양된 나는 숙소에서 안온하게 머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관광안내소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추천해주신 대로 보령 명보극장으로 향했다.
인터넷에서 '보령'을 키워드로 쳤을 때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한 소재였다.
보령 지도에서 '롯데시네마'를 발견했기에
'여기도 다른 지역이랑 별 다를 바 없이 영화관이 자본에 잠식됐구나' 했는데
(아아 의정부 국도극장이여)
그건 없어졌고 명보극장이 유일 극장이란다.
관광안내소 언니의 혜안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대천항도 충분히 밤에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고 하셨지만,
바다는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웬지 위험한 것 같아서.
21세기 잉어빵 할아버지가 알려주신대로 숙소가 있는 시장에서 조금 걸으니 나왔다.
보령시민신문사 근처에 있다.









필름이 굽이치는 수려한 외관과
노랑색과 하늘색의 탁월한 색 조합(아아!)









간판마저 멋지다.








사실 내가 본 건 이런 풍경이었다. 칠흑같은 어둠에 묻히어....
위의 사진들은 다음날 낮에 다시 가서 찍어 온 것들.
어차피 외관 안 보이는 것 후배 캐논 디카에 있는 '판타지나이트' 효과로 찍었다.
가만보면 작은 불빛들이 별모양처럼 찍혔다.

여하간 팝컬러의 영화관을 마주하니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어 감상하고 있을 때,
영화관 관계자분이 나오셨다.
나도 그도 적잖이 당황했던 듯.
나는 이 영화관을 그저 심미적으로 감상하고 있었을 뿐
본연의 기능인 '영화를 보는 장소, 영화가 상영되는 장소, 영화관 직원이 상주하는 장소'라는 생각은 놓고 있었으니까.
우선 침착하게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묻고,
이미 다 찍힌 사진을 뒤로 한 채 의례적으로 사진 찍는 동작을 한 후,
직원 분과 함께 계단을 올라 매표소 앞에 섰다.








잠시 후 내 손엔 9시에 시작하는 <댄싱퀸> 표가 들려있었다.








얼결이긴 하지만...
자, 이제 표도 끊었겠다. 여기서 뼈를 묻어보자.

영화는 2시간 상영해서 11시에 끝나니 오늘 일정은 여기서 쫑이구나.
여유롭게 내부를 사진에 담았다.

무척이나 환상적인 내부이다.
혹자는 촌스럽다고 하는데 촌스러움에도 격이 있다.
명보극장의 내부는 조화로운 촌스러움이다.
요새의 감성이 이를 흉내낼지언정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키치라는 말로 평면화할 그런 감성은 또 아니다.








읭? 너는 왜 크게 찍혔니?
최신 영화는 다 하고 있었다. 위에 보면 범죄와의 전쟁, 부러진 화살, 댄싱퀸, 등...
그때 한참 부러진 화살 논쟁이 불고 있던 터라 한 번 보고 싶었는데 간발의 차로 영화가 시작해버렸고.

좌석은 지정석이고 쓰레기는 가지고 나오시라.









음 이 또한 만족스럽지 아니한가.
플렉스 조명이다.
명보 시네마-

명보극장이라고도 얘기하는데 예전 서울 중구에 있었던 극장과 동명이므로 헷갈린다.









놀라워마시라. 3D도 상영한다. 3관은 3D 전용이다.
디지털, 3D 상영이 아니면 일반은 7천 원, 소인은 6천 원이다.
1관 2관 3관이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다.









예고프로!
예고작들의 포스터를 걸어놓았다.
범죄와의 전쟁은 상영작에도 있고 예고 프로에도 있네?
알고봤더니 2월 2일 개봉, 그러니까 내가 이 영화관에 간 날 개봉했다.

우리 동네 영화관만 가도 예전 개봉작 포스터를 미처 떼지 못한다던가 하는 허점이 많이 있는데
여기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매우 잘 운영되고 있는 듯 했다.








화장실 가는 복도이다. 여 복도에 1관인가 2관 출구가 있기도 하다.
왜 이렇게 멋지냐. 누가 칠하셨는지 몰라도 대단한 감각이다.









흔들렸다. 이곳은 출구 입장은 NO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좌석은 지정석이고 쓰레기는 가지고 나오시라.









마찬가지로 플렉스 조명.
스낵바! 티켓팅! 잇힝!









사진을 찍을 땐 아무도 없었다.
날도 추웠고 보령 시내에 인적도 드물어서 난 원래 그러려니 했다.
내게 표를 파신 남자 직원분은 사라졌고, 어느새 여자 직원 분이 계셨다.











여기는 아까 화장실 가는 길이 아니라 3관 가는길.
구조를 설명하기 힘들군.








기둥 장식. 통일적인 내부 디자인.









이 사진을 찍고 3층은 뭐가 있나 계단을 오르는 순간
여자 직원 분의 제지가 있었다.
'영사실이에요'

뭐라 변명을 주워섬겼지만 강하게 다시 한 번 말씀하셨다.
'영사실입니다'

꼭 무서운 선생님한테 혼나는 기분이었다.
민망하기도 하고 기분도 상해서 뭔가 할 일이 생각난 사람처럼 1층으로 내려갔다.









2층은 아까 보신 사진 중 티켓팅, 스낵바, 화장실, 상영관 등이 있는 주요 공간이고
3층은 영사실인듯 하고
1층은 그냥 출입구다
이 이상은 모른다.

계단마저 멋지다.

이 쯤 되면....
명보극장/명보시네마 촌스럽다고 한 사람 다 나와








계단을 내려가며 1층 2층을 동시에 담아보았다.
명보극장/명보시네마 촌스럽다고 한 사람 다 나와2










색을 많이 썼음에도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시 입구로 나왔다.
입구만 봐서는 내부의 놀이동산 같은 분위기가 짐작되지는 않는다.









영화관 내부 구경을 마쳐도 영화 시작까지는 1시간 넘게 남아서
PC방 가서 할 일(;;;)을 하고 숙소도 들렸다가 채비도 좀 하고... 영화 시간 10분 전에 다시 왔다.








아니 보령 사람들이 여기 다 있었네?
사람 정말 많다. 티켓팅하려고 줄 서 있고...
아마 내가 7시 좀 넘어서 갔을 때 사람이 없던 까닭은 영화가 7시에 시작했기 때문이리라.
시작 시간이 대개 정해져있다보니 한산한 시간과 사람많은 시간대가 정확히 나눠져 있는 듯.








내가 영화를 볼 2관 입구의 조명~








화면은 그렇게 크진 않았다.
영화관 내부에도 저렇게 파랑색 선이 그어져있는데
인테리어의 통일성이 여기서도.....
화면 밑에 엄청나게 큰 온풍기 비슷한 게 설치되어 있었다.
아마 아까 찍은 석유가 여기에 사용되는 듯.

디지털이 아니라 옛날 영사 방식의 영화관이다.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보지 못했지만 기분이 색달랐다.

관객은 20명 정도 든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었다.
젋은 사람 여기 다 있네.



***


영화는 <댄싱퀸>. <부러진 화살>이 다소 고평가된 와중에도
<댄싱퀸>이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많이 들어왔던 터라 기대가 컸다.
처음 부분을 보면서 더없이 명보극장과 어울리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추억을 상기하게 해 주니까.

결국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황정민이나 엄정화나
CJ의 <슈퍼스타K>가 조장하는 판타지, 즉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화신이지만 말이다.
영화 평은 이 정도에서 끝내도록 하고 ㅋㅋㅋ
여하간 매우 즐겁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집에 갈 때 근처 세븐일레븐에 들려 종이컵 2개를 100원에 산 뒤,
보령미산생막걸리와 안주와 함께 먹고 TV보다 잤다.
(여기요 : 시장에 숙소를? 보령 뉴서울여관 + 미산생막걸리, 21세기붕어빵)




이 글을 쓰는 동안 1박 2일 마지막회가 나오는데,
정읍 유일의 극장 중앙극장에서 <댄싱퀸>을 본단다.
어쩜 나랑 똑같은 기획이라니...









* 보령 명보극장은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척 활발한 것 같다.
다음 카페도 있고,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있다.
정기적으로 '일촌의 날' 행사도 하여 영화도 보며 약간의 먹을거리를 곁들이는 듯.

* 표를 끊으며 관계자 분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아름다운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에 반해 이것에 대해 여쭸는데
최신식으로 지을 거라는 식으로 얘기하셨다.
제발, 제발 그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