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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생활자

보령 여행 :: 보령석탄박물관, 근대의 총아 석탄과 충남탄전 생활상







(가로 폭을 많이 넓힌 바, 가독성을 위해
앞으로는 스압 글을 쓰지 않으려 합니다
문장은 짧게 끊어쳐야 제 맛)




시장에서 점심도 먹고, 탐방을 어느 정도 마쳤습니다.
어차피 내일이 장날이라 내일 더 자세히 보기로 합니다.
오늘은 장날 전 분위기를 보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보령을 가기 전에 살짝 고민했습니다.
여행 계획을 짜 본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
난생 처음 관광안내책자도 신청하고(이건 어제 왔습니다)
이것 저것 검색도 해 보았습니다.
이왕이면 보령 한내시장과 중앙시장을 들른 후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가 정월대보름이 얼마 남지 않은 때라,
보령석탄박물관에서 정월대보름 기념 행사를 몇 가지 한다고 하길래
주저없이 일정에 넣었습니다.
보아하니 성주 쪽은 외곽이라 자가용을 많이 데리고 가시더라고요.
그렇지만 나도 정월대보름 행사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시장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과거에 기차역이 있었던 '구역사' 정류장의 다음 정류장입니다.

이 초록색은 보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듯 합니다.

빈티지한 멋이 담뿍 묻어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성주 쪽은 외곽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버스가 늦게 올 것임은 미리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털레털레 가는 게 아니었습니다. 시간을 맞춰가야 합니다.

'성주행' 버스만 타면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성주 외산 행'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합니다.

정말 추운 날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천 년 만 년 같았습니다.







야호! 어쨌든 탔습니다.

많은 분들이 타 계십니다.


얼마나 갔을까, 시내에서 박물관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석탄박물관' 정류소에서 내리면 됩니다.








외관이 독특합니다. 소책자에 따르면

"박물관의 와관은 특수공법을 사용, FRC 재질로 산을 형상화하여 건물 전체를 실감나게 제작하였으며

입구는 관람객들이 실제 탄광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도록 탄광 갱을 형상화하였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한 가족이 관람을 끝내고 막 나오는 참이었고,

저 빨간옷과 파란옷을 맞춰 입은 어린 학생이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서로 찍어주고 그럽디다.

얘네들이랑 개화예술공원에서도 마주쳤습니다.

약간 부러웠습니다.

'너흰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관람안내입니다.

입장료는 19~64세 성인 기준 1천 원입니다. 좋은 가격입니다.

개관 시간은 평소에 6시까지이지만 동절이는 5시까지입니다.

매표는 4시 30분까지 할 수 있으니 이곳을 가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매표소에서 몇 가지를 여쭈어봤습니다.


1. 정월대보름맞이 행사 하고 있죠?

2. 연탄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지?

3. 저 이따 개화예술공원 갈건데 걸어서 갈 수 있나요? 버스 시간은?


답. 행사 하고 있습니다!

아,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데 관람하고 계시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차로 5분 거리이지만 걷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버스는 약 한 시간 후에 있네요.



감사합니다 : )








물론 석탄박물관 자체 콘텐츠도 기대를 하고 간 거지만

정월대보름맞이 행사는 일 년 중 지금 아니면 못하기에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그런데...











약간 멋쩍어졌습니다.

너무 기대했나봅니다.

혼자 이걸 하고 있다간 빙하기가 닥칠 것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부도 약간 추웠거든요.

안 했습니다. ㅠㅠ





내부전시관

                                               1. 탐구의 장








"보령석탄박물관은 석탄의 기원과 이용역사를 알려주는 전문박물관으로서,

1960년대 우리나라의 대표 에너지자원이었던 석탄과 연탄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콘텐츠가 좋았습니다.

석탄은 우리나라의 산업이 발전하는 데 지대한 공로를 세운 연료입니다.

지금은 환경을 파괴한다, 연비가 좋지 않다 뭐다 하여 사양 추세에 있다고 하지만

돌팔매질 하지 마세요. 열심히 일했잖아요ㅠ.ㅠ


석탄의 생성과정과 생성 시기, 기원, 석탄의 종류 등에 대해

다양한 그림 자료와 실물 자료를 통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충남 보령 지역은 중생대에 석탄이 생성되었다고 하네요.


아이들에게 좋은 지구과학 체험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역사 배움터이기도 하지요.

석탄 자체가 근대의 상징이니까요.







                                               2. 발견의 장










'충남 898호 보관용' 보이시나요? 혹 실제로 탄광에서 쓰던 것은 아닐까요?

'석탄 발견에서 현재까지의 석탄산업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장'이라고 하네요.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꼬챙이로 연탄 집고 계시는...

저는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할 때 쯤 태어나서 연탄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아요.

포천에서 초등학교 다닐 땐 나무로 연료 때는 난로를 썼고.

눈 오는 날 길가에 으깨져있는 연탄을 본 정도?

그래도 저 자세나 모습은 친숙하네요.


또 이 장에서는 보령의 산업과 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어요.





                                               3. 참여의 장








과거 보령 지역은 충남 탄전이 있던 곳입니다. 충남 탄전은 성주 탄전이라고도 불리는데,

"80년대 이전 전국 무연탄 생산의 15% 이상을 생산하는 충남 최대 탄전으로 호황을 누렸다"고 하네요.

이처럼 "보령경제의 주력 산업으로 성장·발전하여 왔으나 80년대 후반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로 사양길"[각주:1]에 접어든 것이죠.



석탄박물관이 성주면 개화리에 세워진 것도

"석탄산업이 흥청댈 때 전국에서 몰려든 광부들로 성시를 이루던 보령탄전의 중심지였던 곳인데다

경제성 퇴락 이후 폐광된 탄광밀집지역으로 성쇠부침의 탄광역사를 모두 지니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각주:2]이래요.


이처럼 단순히 석탄만 알고 가는 게 아니라

보령의 역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산업사를 알 수 있었어요.

한때 산업 발전의 동력이 꿈틀대고, 수많은 광부들의 땀과 희망이 배인

이 성주면 개화리가 석탄이 사양길에 접어든 이후로는 인구도 급감하고

저한테 외곽 취급을 받으니 세월이 무상하다는 생각도...






                                               4. 확인의 장







탄광 내에 있었을법한 각종 안전표지판이에요.

'발파중', '로푸주의', '엄금', '위험' 등... 그만큼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탄광.


아니나다를까... 제가 석탄박물관 다녀 온 다음날,

강원도 태백의 한 탄광에서 가스 폭발 사고로 2명이 숨지고 7명이 중상을 입는 참극이 발생했는데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이 밖에도 광산측량에 사용되었다던 '행깅콤파스'나

발파작업에 쓰이는 뇌관, 도화선, 각종 폭약과 다이너마이트들

그리고 광부들이 착용했던 다리보호대, 안전화, 탄전모, 방진마스크,

더불어 산소호흡기, 산소측정기, 일산화탄소 측정기 등 각종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광부들의 위험하고 고된 삶을 짐작할 수 있었지요.









영상관도 있었는데 제가 갔을 땐 불이 꺼져 있었어요.

모의 갱도도 있지만 1층에도 실제 같은 모형이 있었는데요.

저거 만지면 진짜 연탄 묻는다네요. 만지지 마세여 : )

오른쪽 사진은 자동연탄제조기라네요.










'트릭아트 포토존'이 있었어요.

트릭아트 관련 전시에는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열풍이 꺼지지 않는 걸 보고는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쉽게 설치할 수 있고 그러면서 재미도 있어서 각광받나봐요.

누구나 사진을 즐기고, 또 그 사진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한 현대 사회의 산물이랄까


여하간 2층으로 갑니다!










2층전시실

                                              탄광생활관











2층 올라가는 계단인데요.

'탄광생활관'이라는 컨셉에 맞게

어귀에서부터 아주 흥미로운 사진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멸공 통일", "금연", "안전 제일", "증산 보국"

탄광 입구인 것 같은데요.

석탄 산업이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잘 대변하는 한 장의 사진인 것 같습니다.


증산보국(增産報國)이라 함은 생산을 증가시켜 국가에 이바지한다 이런 뜻인 것 같은데

인터넷 찾아 보니 50년대 신문기사에서 잘 나오네요 : )

석탄산업 뿐 아니라 농업, 그리고 '제철보국'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기업까지

국가 이데올로기 아래에 있었던 모습을 잘 보여주네요.

거기에 멸공 통일까지...



이 밖에도 당시 광부들의 모습과 생활상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보령석탄박물관 홈페이지에 그 귀중한 사진들이 올라와 있으니 한 번 구경가세요!

http://www.1stcoal.go.kr/CmsHome/BbsBoard04.aspx





증산보국의 일안

멸공통일을 위하여 청년은 다 참전치 않을 수 없는 차제 후방을 담당하고 군량을 생산하여야만 승전할 수 있을 것이요

또 증산보국만이 싸우는 대한에 위대한 도움이 될 수 있음은 만천하인이 주지하는 바이나

위정당국에서는 현 농촌 실정을 보살펴 보지 아니차 못하리라

현 농촌에는 청년은 군에 출전하고 노약만이 남아있을 뿐 농번기를 앞두고 노동력부족은 대단한 것이다.

"증산보국의 일안", 동아일보, 1953년 3월 15일(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2층에서 1층을 바라본 사진과 함께 

보령 지역의 화석 사진이고요.

광부들의 급료 봉투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광산촌의 금기(The tabbo in coalmine village)


- 광부가 출근할 때 여자가 앞질러 길을 건너지 않는다

- 흉몽을 꾼 날은 출근을 삼가야 한다

- 갱내에 살고 있는 쥐를 잡지 않는다

-도시락은 청색이나 홍색 보자기로 싸고 밥을 4주걱을 담지 않는다

- 까마귀 울음소리를 들으면 조심하여야 한다.



광산촌의 금기는

죽음과 사고를 항상 경계했던 광산촌의 생활을 집약적으로 나타내주네요.

그 옆 사진은 탄광근로자의 작업 사진이 나와있는데

여성근로자도 있었네요.

이들은 주로 선탄 작업을 담당하는데,

선탄이란 광부들이 캐낸 탄을 골라내는 작업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삶도 궁금한데요?








조금 웃겼던 '광산보안교육 실제차트'입니다.

입갱시 주의사항에 '잡념은 금물'이라면서

여자, 돈, 술, 화투(도박)이 있네요.

어떠한 작업이라도 잡념은 금물. 맑은 정신으로 작업에 임하라네요.








갱 내에서 식사를 하는 광부들의 모습입니다.

이런 마네킹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앙리 브레송이 살아 있었다면 '결정적 순간'이라고 할 만한 장면인데요.

뭔가 가슴 찡합니다. 제가 타이틀 작업에 사용한 사진입니다.



"석탄 산업이 활발했던 60-70년대에 많은 사택이 건립되어 사택촌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 모습은 사택의 내부 전경으로 탄광촌 광부가족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 안내 표지판)


"탄광이 본격적으로 개바되면서 밀집된 탄광촌은 광산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새로운 생활관습과 문화를 이루었으며, 이러한 탄광촌 고유의 풍속과 더불어

탄광노동자의 삶과 애환, 그들의 고단한 생활에 대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출처 : 보령시시설관리공단에서 발행한 보령석탄박물관 안내지)











2층의 백미는 사실 갱도전시관으로 내려가는 입구!



"본 승강기는 수직갱을 내려가는 케이지를 나타낸 것으로서

실제 지하 400m갱을 내려가는 효과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새해소망지도 작성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기로 합니다.





갱도전시관

                                              체험의 장











동영상도 많이 찍었는데 한꺼번에 편집해서 올릴 생각이라 잘 안 올리고 있는데요.
수갱엘리베이터 체험은 사진을 찍어놓은 게 없어서 동영상으로 대체합니다.

타기 전에 솔직히 겁먹었어요. 실제로 400층을 내려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작 1층이나 2층 내려가는 걸꺼야 쫄지마 스스로를 다잡았지만
막상 타니까 불도 꺼지고 이상한 소리도 나고 숫자는 급속도로 커지고
당황했어요. 그리고 다 내려왔는데 문도 늦게 열려서 또 당황...
완전 쫄았어요.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2


"수직 갱에서 사용하는 케이지를 재현해 램프의 점등과 음향, 공기의 흐름 등 특수효과를 통해
실제 갱도 400m를 내려가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안내지)











고생고생해서 갔는데, 아무도 절 신경쓰지 않더라고요.
광부 아저씨들은 석탄 캐랴 옮기랴 바쁘셨고요.
아저씨!! 여기 좀 봐요!! [정신분열]

갱 내는 무척이나 추웠어요.
냉풍터널이 있다는데 들어가다가 점점 추워져서 말았고요.
(바람은 안 나오는 듯 하는데 그래도 자체가 추워서)
여름에 가면 정말 좋겠네요.
폐광에서 나오는 찬바람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라는데요.
이 바람으로 양송이를 재배하기도 한다네요.










이 사진을 먼저 발견했다면 타이틀을 이걸로 했을텐데 여하간 늠름한 광부 아저씨들!






                                     야외전시장, 연탄만들기 체험장










놀이기구 탄 것처럼 섬짓했던 갱도 체험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왔어요.
왠지 시원하더라고요.
아쉽지 않게 야외에도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운반과 관련된 인차, 광차, 권양기, 축전차, 송풍기, 개화전차갱 등
실제 탄광에서 사용하던 대형장비들을 전시해놓았어요.








아 그리고 어른 주먹보다 작다는 아주 귀여운 미니연탄을 만들 수 있는

연탄제조체험장을 많이 기대했다고 서두에 말했는데요.


55년만의 추위에 재료가 얼어서... 체험할 수 없다고 하네요 ㅠㅠㅠㅠㅠㅠ

지금은 날이 풀렸으니 될 거에요.







굳게 닫힌 문

"열어줘요!!"








체험비 단 돈 천 원이고

블로그 후기를 보니 다녀온 분들도 모두 강력 추천을 하셔서들

엄마한테 연탄 들고가서 자랑할 생각에 부풀어있었는데 ㅠ_ㅠ








뭐 이런 날씨니까 용서하기로 해요.

하긴 인간도 밖에 다니기 힘든 날씨에 연탄 재료라고 무사하겠습니까..

그냥 날을 참 잘 잡은 제 자신을 탓해야죠. ㅋㅋ








석탄박물관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

다행히 관람을 끝내고 나오니 마침 다음 버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고요.
거의 버스 간격이 한 시간이기 때문에 버스 이용객들은 그 단위로 관람하시고...
버스 시간은 매표소나 관광안내소에 잘 물어보시고...

참고로 이 사진은 건너편입니다. 여기에서 기다리시면 다시 시내가는거에요잉
그냥 석탄박물관 바로 앞에서 기다리면 버스 옵니다.
바닥에 쌓인 눈에 발자국을 찍으며 개화예술공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여름이면 걸어갔을텐데...








보령석탄박물관

주소 : 충청남도 보령시 성주면 성주산로 508
(개화리 114-4)
관람문의 : 041-934-1902, 930-3566
누리집 : www.1stcoal.go.kr





  1. "사계절 관광 테마 구축ㆍ폐광지역 대체산업 시급", 동아일보, 2006-07-16,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89&aid=0000076188 [본문으로]
  2. "석탄의 모든 것 한 눈에", 경향신문, 1992년 11월 16일(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