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정치!/영화2011.12.26 00:36







 '육짓것들' 발음할 때 오묘한 쾌감을 선사하는 이 괴상망측한 단어가 언제 어디서 쓰이는 지 아시는가? 제주도 살다 온 사람과 도시에 대해 얘기를 나눈 일이 있는데, 그 때 제주도민이 다른 도시 사람을 이르는 호칭으로 알려준 것이다. 처음 이 말을 듣고 그렇게 유쾌할 수 없었다. 항상 '섬처녀', '섬사람' 등이 호명되었을 뿐, 그와 반대되는 개념-육지-은 인식조차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육짓것들'이라는 '중심:주변=육지:섬'이라는 지배적 가치 공식을 깨는 혁명의 언어다.

 혁명이라니 말이 너무 과격한 것 아니냐고? 이 말의 창 끝이 겨누고 있는 공고한 지배적 관념을 살펴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혐의점 첫 번째, 제주의 '세계 제7대 자연경관' 선정을 바라보며. 정작 그 7대 경관을 선정한다는 단체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배적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일단 제주는 철저하게 문화관광도시이다. 그것도 단순히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평가나 순위 줄세우기로 상업적 가치를 드높여야 하는 대상이다.
 두 번째 혐의는 서울 시내 도로 한복판 전광판에서 발견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외쳤던 구호. 서울 공기, '제주도처럼 맑은 날 OOO일 째'! 제주도는 여기서 순결하고 깨끗한 자연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언뜻 제주에 대한 찬사요 자연과의 화합을 추구하는 문구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려는 육짓것들의 수작일 수 있다. 우리는 국어 시간에 정극인의 고전 시가 '상춘곡'은 '물아일체, 자연과의 동화'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배웠다. 그렇지만 철저히 자연을 감상하고 찬양하는 화자는 되려 자연과 자신 사이에 넘어설 수 없는 경계를 긋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서울은 제주를 문명 대 야만의 관점에서 혐오하고, 또 매혹되는 것이다.

 영화 <잼다큐 강정>은 '육짓것들'의 환상으로서의 제주가 아닌, 실제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 자체의 주변성에 근거한 중앙과 주변의 대결 논리이다. 관광도시로의 화려하고 순결한 이미지는 일부 모습이거나 허상일 뿐, 실제 제주는 예로부터 정치적인 격동의 장이었다. 제주의 대지에는 근대 이전부터 중앙 정부가 자행한 수탈의 고통, 4.3 항쟁의 피와 절규가 분명 배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주변부이기 때문에 지배 이데올로기 강화의 좋은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최근 강정마을에 해군 기지를 건립하려는 시도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역사의 반복이다. 이 모든 것들은 주민들의 의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진행된다.

 <잼다큐강정> 또한 육짓것들의 시선일는지 모른다. 8인의 감독이 영화를 그려내는 방식은 사실 한 쪽 논리에 치우쳐 있다. 반대파 주민들은 등장하지 않는다.(슈퍼 아주머니 제외) 그래서 영화를 보는 것이 약간 불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의 참소리를 듣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그 갈등의 골을 8인8색의 방식으로 드러내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가 있을 듯 하다.


Posted by 카프카에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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