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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멋대로 산다

불빛에 대한 단상 : 밤을 좋아하는 나는 야경에 약하다네





카메라 욕심을 갖게 된 건
다 불빛 때문인지도 모른다.

터벅터벅 집에 돌아가는 길 외로이 골목길을 메우고 있는 가로등 불
외할머니댁 뒷켠에 자리한 아궁이에서 군고구마가 익어갈 때 불장난하며 만난 잉걸불
어쩌다 맑은 날 밤이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 반짝이던 별빛, 달빛, ..

숨을 죽이고 눈을 빛내며
가슴에 담은 불빛들을 다음에 꺼내보고 싶어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으려 했지만 허삿일.






과제를 하고 나오는데 요상하리만치 주위가 선명했다.
개안한건가. 원래 남산까지 보이지만 오늘은 유독 그랬다.
그래서 학교 야경을 기깔나게 담고 싶었는데

사진 보면 진짜 허삿일이지?

이 카메라는
밤을 유독 좋아해서, 야경에 맥을 못추는 날 도울 생각은 미처 못 하나 보다.

언젠가 고등학교 때 생각한 적 있다.
이제 가로등이니 네온사인 간판불이니 하는 것들에 별빛은 가려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하늘에서 빛을 찾지 않는다.
별에 가까이 가고 싶은 사람들만이 가로등 불빛을 지킨다. 별을 닮고 싶어서.





그런 의미에서 서울세계등축제는 어이없었다.
물론 너희는 황홀할만큼 아름다워, 하지만
별빛을 모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키치적인 것은 좋아하지만
이렇게 우매한 키치(!)는 싫어.
내가 가짜꽃(조화)만 보면 짜증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

뻔히 머리 위에 달과 별을 놔 두고서
눈 앞의 빛에 열광하는 건,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다.


이렇게 욕해놓고선 역시 사진은 잘 찍었다. 으핳

















하늘에 수놓을 듯 반짝이는 별들을 본 적이 없다.
구례에 가면 하늘에 별이야 그득하다만
누군가가 얘기했던, 별이 비현실적으로 크고 강렬한 그 느낌은 아녔다.

언젠가 별빛이 가득한 사진을 들고 찾아오자.















원색의 앨범 디자인으로
오늘 내 눈을 즐겁게 해 준 안녕바다 앨범.
요기 '별빛이 내린다' 라는 찬란한 노래 제목을
언젠가 내가 실제로 느낄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