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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멋대로 산다

개와 늑대의 시간, 송전탑에 어둠이 깔리고






버스에서 내렸을 때는 예상보다 30분이나 지난 시간이었다.
그래도 평일엔 정말 오랜만에 6시 전 의정부 모습을 보는 거였다.
춥지 않은 날씨에 상쾌한 기분으로 집에 가는 길에 올랐다.
산을 깎아 만든 우리 아파트, 학교가는 길처럼 등산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심상찮은 하늘과 분위기.
개와 늑대의 시간이었다.
해가 저무려들고,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간.

무심코 걷다가 이 어둠과 빛의 묘한 어우러짐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이제 카메라가 있다!

우리 동네의 지겨운 송전탑은 오늘 어쩐지 밉지 않다.
2012년이면 땅바닥으로 들어가야 하는 놈.

요즘 나무들 왜 못살게 굴지.
어제 포스팅한 나무 사진도 날카롭게 베인 모습이었는데
이 나무도 마찬가지다.

장미인데, 여름이면 우거져서 운치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다음날 마구 베어져있었다.
인간 진로방해 안 될 정도로, 깔끔하고 조용하게.
마뜩찮다.







가로등 불 켜지는 걸 운 좋게 확인했다.
이 사진은 마악 밝아지고 나서.
시간을 급히 확인해보니 5시 35분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