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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멋대로 산다

영화 부당거래 강추릴레이_리뷰 이벤트 2등 먹다!




척박한 세상에 매인 가난한 대학생에게
알바 월급보다 많은 액수에
당첨되는
행운을 주시니
어와, 이 어찌 영광스럽지 않을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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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5일 점심으로 난 친구들과 1인분에 7천 원 하는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현금을 미처 준비 못해 카드를 긁었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지만 결제한 카드는 엄마카드, 일명 엄카였었다. 엄마의 휴대전화엔 분명 딸이 2만1천 원을 결제했음을 알리는 문자가 간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엄마가 이런 말씀을 하실리가 없지. 저녁에 집에서 엄마와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일하다가 점심으로 햇반 한 개에 컵라면 하나 사서 먹었다고 말씀하시며 살짝 내 눈치를 보신다. 짐짓 못 알아먹은 체 했다. '우리 딸은 부자야. 점심을 왜 이렇게 비싼 걸 먹니?' 항상 말씀하시던 엄마였다. 거기에 항상 난 '먹는 거 가지고 뭐라 그러지 마세요!'라고 응수했다. 딸이 또 기분상할까 이번엔 직접 말 안 하시고 살짜쿵 어필하시는 엄마께 치기어린 생각도 든다. '이제 적어도 가난하진 않잖아요. 근데 먹는데까지 돈을 아끼세요.' 분명 요즘 운동 하시느라 식단에 신경쓰시는 분인데. 누가 봐도 초라하고 영양 불균형적인 식사는 오직 바쁘셔서만은 아닐 것이다. 무섭도록 몸 구석구석에 철저히 베인 절약 습관. 평소에도 3천 원에 점심 먹을 수 있다며 자랑하시던 엄마가 궁상스레 느껴진다.




 학교에서 근로를 하고 있다. 하고 싶어도 일주일에 20시간을 하지 못하는, 교내 근로이다. 국가근로장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던 거였는데 갑자기 사업이 종료되어 시급이 3분의 1로 줄었다. 같이 근로(로동)하는 친구에게 저번 달 노동 급여가 통장에 들어왔단 얘길 들었다. '넌 얼마야?' 내가 묻는 말에 친구는 '10만원...'. 힘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시험도 꼈고 내가 아파서 좀 못나왔잖아.' 나는 아프지 않아서 빼먹진 않았으니 친구보단 더 나왔겠지. 오늘 급히 우리은행 잔고를 확인하며 그대로 따라 읽어본다.
'입급자 학생지원팀, 10월 급여 13만 원.'
더 나온 거, 맞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나지, 잠깐 눈물 좀 닦고ㅋㅋ

 오늘, 그러니까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2일간 크리스피 크림에서 오리지널 1더즌을 사면 1더즌을 더 얹어주는 이벤트를 했다. 치과에서 스케일링도 받을 겸 엄마와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찾은 노원에서 보았다. 집에 먹을 사람은 나 빼곤 없지만 후배들도 좀 주고 그러면 24개의 도넛은 풍요롭게 쓰일 것 같았다. '도넛은 나눔'이라는 게 크리스피의 모토다(롯데의 평소 행실과는 맞지 않는 말이지만 자체로서는 마음에 드는 말이다). 또 엄카로 대학로점에서 사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으나 망설이다 결국 그러지 못했다.
정말 꼭 하나 맛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오늘이 토요일이 아님을 투덜대면서.

엄마가 점심을 그렇게 드셔서도 아니다.
월급이 생각보다 적어 시들어버린 것도 아니다.
세 달 모아 저금할 수 있는 돈이 삼십만 원 뿐이여서도 아니다.
2천만 원에 육박하는 치아 수술비가 실감나서도 아닐 것이다.


그냥, 아까웠다.
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집에 와서 밤 몇 개(라지만 15개)를 까먹은 후 바로 컴퓨터를 켰다. 생리를 시작한 나를 달이 질투하는건지 오늘 밤은 유달리 시리다. 쇼프로그램의 떠들썩한 엠씨 목소리가 안 들리는 걸 보니 엄마는 잠이 드셨나보다. 12시가 지나버려 오늘의 방문자수는 2명이요, 어제는 보자, 2백 명이네. 요즘 방문자수가 하루 백 명이 넘어 어안이벙벙하고 있던 터라 그닥 놀랍지 않았다. 블로그를 하면서 통계에 중독되지 말라는 충고를 책에서 봤는데 어쩔 수 없이 내가 관리 페이지에 들어가자마자 누르는 건 '유입 경로'다. 누가 나를 찾는지 궁금해서. 내 글을 왜 보는지 알고 싶어서.

낯선 URL이 보인다. blog.naver.com/CommentList.nhn?blogId=baddeal2010logNo=4011647.. 이젠 꽤나 익숙한 문자들을 해독해본다. 네이버 블로그 커멘트 리스트. 배드딜2010? 부당거래 공식블로그다.
저번에 이벤트 응모한 거 관리자가 확인하러 들어왔나? 어 그런데 한 개가 아니라 몇 개 더 있네? 들어가볼까???

사실 영화 <부당거래>를 보기 전부터 내 피는 거꾸로 솟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런저런 사전 정보를 얻기 위해 영화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여러 광고를 제치고 내 눈을 잡아끄는 광고가 있었다. 류승완 감독의 트위터를 통해 일반인들이 '일상 속 부당한 일'을 낱낱이 밝히는 공모가 있었다는 것. 몇 명을 선정해서 표를 주기도 하는 이벤트였다고 한다.


그 의 전작 <다찌마와리-악인이여 급행 지옥 열차를 타라>때부터 느꼈지만 그는 딱 내가 지향하는 생각을 실행하고 있다. 다찌마와리때에는 엄숙주의에 침뱉기! 키치적(뭐 쌈마이래던가)인 것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키치로 에워싸인 한국에 대한 비판 또는 애정어린 시선? 여러가지가 더 있겠지만 내가 주목하여 본 것은 이런 것이었다. 부당거래에서는, 사람들의 공모 속에 칭송받으며 일상과 동거하고 있는, 그래서 오히려 더 악랄한 악마를 알아보라는 것'이거 정말 부당하오!' 너는 지금 부당한 현실에 처해있는거야. 근데 왜 가만히 있니? !

2010/11/09 - [분류 전체보기] - 영화 부당거래, 사실 진짜 꾼은 언론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리뷰를 씐나게! 쓸 수 있었다. 흥미롭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을 실천하고 있는 어른을 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본 후에도 감동을 잊지 못해 블로그엘 들어갔었더랬다. 그런데 리뷰 이벤트를 공모하고 있었다. 블로그 등 웹에 자신의 리뷰를 올리고 URL을 첨부하면 끝. 리뷰는 준비됐겠다(그것도 심혈을 기울인), 링크만 걸면 되겠구나! 2분 안에 응모는 끝났다.


내 블로그 말고 다른 델 더 올려볼까? 그럼 당첨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됐다. 이러고선 잊고 지냈다. 부당거래 공식블로그를 가끔 들어가보는 일이 있어도, 이벤트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들어가 본 블로그엔 저런 게 떠 있는 거다.





류감독이 나보고 만 원에 빌빌대지 말고 어깨 펴란다.
가난한 대학생에게 알바 월급보다 많은 액수에 당첨되게 해주시니 이 어찌 영광스럽지 않을쏘냐...




류 감독님께서 끊임없이 추구하시는 일상의 진정성과 엄숙함에 똥침날리기는 젊은 제 인생의 색깔을 입혀주셨어요. 그런데 이렇게 리뷰 이벤트 당첨까지 주시다니 앞으로 류감독 사단에게 충성하겠습니다. 스크립터라도 시켜주시면 황송히 봉사하겠습니다.



근데 이걸 갖고 뭘 한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