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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멋대로 산다

수업 빼먹고 쉰다고 한 짓거리들


화요일은 3연강이 있는 날이다. 2010년 2학기에 화요일이 공휴일이 많다 보니 교수님들이 일부러 화요일날 수업을 많이 개설한 듯 하다. 정말 맞는 거 같은데... 화요일 수업을 듣다 보면 점심을 해결하지 못해 빵쪼가리를 들고 있는 학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까 달력 만들며 보니까 다음 해에는 월요일이 휴일이 많던데. 주말 즐기고 나서 또 연강할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캄캄캄캄.

언제나 그렇듯이 학기 초반엔 공부에 관련된 거라면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내 앞에 불가능이란 없다. 하루에 몇 시간이고 공부를 하며 학문의 나래를 펴리라. 개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고서 분열 조짐이 보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매 학기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는 허풍이란 걸 알게 된다. 요즘 나는 그런 기분을 한껏 느끼는 중인데, 이 삶은 마치 휴학한 사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에 이어서 꽉 짜여진 근로, 그리고 방과 후의 여러가지 예정된 일들. 이 일정을 다 소화하고 나서 집에 가면 내 시간이란 없다. 그래서 요즘 난 매우 힘들다.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오늘은 그래서 3시까지 수업을 두 개 듣고는 5시까지로 예정된 두 시간 짜리 수업을 가뿐히 제껴주기로 했다. 지난 주 영상 사람들과 함께 밤을 새면서 몸을 배렸다. 그 피곤이 여지까지 가시지 않아 보는 사람마다 피곤해보인다고, 아파 보인다고 한다. 그래. 난 아픈거야. 난 수업 째도 돼. 수업이 있는 건물 코앞에까지 갔다가 집에 가기로 결심했다. 내겐 나의 시간이 필요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밥이라도 먹고 얘기 좀 할까. 하다가 내가 변덕부려서 관뒀다. 그리고 내 시간이 필요해서 쉬는 거면 친구를 만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잖은가. 엄마께도 전화를 걸어 혹시 시키실 일 있나 알아봤는데 종로5가에서 일하는 중이시란다. 종로5가 하면 부꾸미가 생각 주머니 속 최상단에 뜨는지라 사오시라고 말씀드리려고 했으나 참았다. 이 말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3시에 집에 가면 차도 안 밀리니 5시 전엔 도착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난 좀 걷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삶이 빡빡하지 않을 때, 나는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거기가 어디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여기 저기 쏘다녔다. 종로구, 오래된 도시의 골목길을 걷는 게 좋았으며, 자연적으로 사람들이 형성한 주거 형태가 신기했다. 사람 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낙이었다. 그런데 그런 즐거움이 산산히 부수어진 지 얼마나 오래던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예전처럼 정말 아무 상관없는 곳으로 가기에는 뭐했다. 그냥 대학로를 이리저리 쏘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동숭동헌책방으로 가고 있더라. 시간만 나면 가는 거 같다. 요새는 뭐 그럴 만한 시간도 없어서 못 가긴 했지만. 저번에 점찍어뒀던 프리미어 편집 책을 사고 싶었다.





원정혜의 힐링요가 (별책부록:1)
국내도서>건강/뷰티
저자 : 원정혜
출판 : 중앙M&B 2003.09.01
상세보기

열혈 소녀 백과사전벨린다 헨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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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MIERE PRO 2.0 쉽게 배우기 (할 수 있다)
앤미디어| 영진닷컴 | 2006.11.05
정가 25,000원

할 수 있다! PREMIERE PRO 2.0 쉽게 배우기는 25000원->8000원
원정혜의 힐링요가 15000->4000
열혈소녀 백과사전은 8800->2500원

꽤나 잘 산 것 같다. 프리미어가 CS3, CS4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만 좀 켕기고... 파이널컷프로 원서도 달러로 표기된 책 가격을 한화로 계산해보니 약 7만 정도 나오는데 1만 원에 팔고 있더라. 그런데 버전이 꽤 되어서 사진 않았지만 계속 눈길이 간다. 그런데 예제가 나와있는 책의 형식이 아니라 줄글로 풀어놔서 보기도 어려워 뵌다.
프리미어 책을 집어들고 다른 거 뭐 없을까 구경하다 건강 서적으로 넘어가서 요가 책을 보게 됐다. 예전에 학교 앞의 요가원에서 한 달 정도 요가를 배운 적이 있다. 그것도 학교 커뮤니티에서 싸게 나온 수강권을 구매해서 시작했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혹자는 날 따라 배우기도 했으니, 내가 얼마나 찬양했는지 알 만 할 것이다. 그런데 금전 문제 상(시간문제도) 이제 더 이상 다니기가 힘드니, 책이라도 보자는 것이다. 사실 그 요가원 다닐 때 교차수강이 가능하고 개인교습이 아니다보니 차라리 책이나 비디오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긴 했다.
세 번째 뜬금없는 열혈소녀 백과사전은 내가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라서 사 봤다. 보통 여자애들이 자라온 것과는 좀 다르게 컸다고 생각하고, 남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던지라 부족함이 많은 것 같아서. 우리보다 청소년 교육에 신경쓰고 개방된 환경인 외국인 저자가 쓴 책이라 망설임없이 구매했다. 오는 길에 버스에서 이 책을 훑어봤는데 대만족. 궁금했던 거 많다.

이 모든 책을 만 원 조금 넘는 가격에 카드 결제해서 기분 좋은 채로 버스를 탔다. 근데 들려오는 긴박한 기자랑 앵커 목소리는 뭔가? 스터디 참석 못한다고 회장한테 문자했는데 북한이 발포했다고 피난이나 가자길래 뭐 또 잠깐 도발했나보다. 싶었는데 상황이 장난 아닌 거 같다. 사상자... 대피... 이런 단어가 들리니 말이다. 버스 라디오는 너무 작고 답답해했는데 내게 엠피쓰리의 라디오가 있단 사실을 알곤 바로 켜봤다.

이제 이런 일을 남일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게 됐다. 나는 군에 하나뿐인 동생도 있으며, 수많은 친구들과 후배 선배들이 있다. 아니 내가 전혀 모르는 이들이더라도 내겐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비극적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 상황을 함께 감내하고 또 어떤 공통 감정을 형성한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또래이기도 하다. 상황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상황을 가정하는 언론의 보도 태도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게다가 난 의정부 시민이다. 여긴... 전쟁나면 그냥 끝장이다. 의정부 지역 개발이 많이 막혀있는 이유가 여길 총알받이로 쓰려는 음모에 있다는 낭설을 고등학교 때 들었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기억이나 정당한 근거가 없이도 내 머리속에 파묻혀 있는 걸 보면 문제의식이 있긴 했나봐.

제대로 된 영상를 보고 싶어 티비 뉴스에 안달나 있는 와중에, 택배가 두 개 와 있다는 엄마의 얘길 듣고 경비실로 갔다.


아, 풍성한 감과 밤이다. 이거랑 큰 가방들을 혼자 옮기느라 고생 좀 했다. 물론 경비아저씨가 빌려 주신 옮기는 도구와 함께. 아저씨께 홍시 하나랑 단감 하나를 가져다드렸다. 지금 저 상자는 감이랑 좀 덜어서 비어보이는데 꽉꽉꽉 차게 보내주셨다. 아, 먹을 거 또 생겼다 음하하하

밥을 안 먹은지라 밤에 칼집을 낸 후 직화구이 냄비에 넣어놓고, 밥 한 공기 먹고 감도 깎아 먹었다.



우편함을 살펴보는데 두툼한 게 와 있다. 아, 벌써 겨울이구나. 창비의 겨울호가 도착해있다. 저 이도지 아니에요. ....

집에 도착해서는 거실에 자리를 잡고 내내 티비만 봤다. 내가 뭐 하러 일찍 온 거였지... 공유기를 꽂고 노트북으 하면서 말이다. 뭐 먹느라 저녁은 다 지나갔고 엄마가 오셨을 즈음 8시에는 포토몬 달력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12월이 리뷰 마감인데 사진수집 외엔 하나도 안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다지 꾸미는 기능이 엄청나게 많진 않았으나 있는 기능 활용해서 다 하다보니 나름대로 만족할 정도가 되었다. 배송비 2500원만 결제한 점도 상당히 뿌듯한데? 어서 왔으면 좋겠다.


이런 일들을 하는 사이 오늘 해야 할 과제는 안 했다.

어서 자야지 ㅠ_ㅠ_ㅠ_

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까?
지멋대로 사는 인생이라고 누가 그랬다.(그 분은 자신도 그렇다면서 말씀을 해 주셨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