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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멋대로 산다

정배우 열연, 도와줘서 고마우이


필리피노 시장 돌아봤다고 이전에 포스팅 했지?
그러고는 우린 약속 장소 CGV 노천 탁자에 앉아서 간단한 회의를 한 후(준비를 허술히 해서 1시간 넘었음)
촬영에 착수. 이번 촬영의 핵은 분장이라네!

대명거리가 주 촬영지였다.
이전에 내 다큐를 촬영할 때도 대명거리에서 윤아사 군의 촬영을 했기 때문에 익숙했지만
오랜만이고, 주말이라 인간도 바글바글하니, 촬영 초반엔 조금 민망하기도 해서 사진을 못 찍었다.
하지만 역시 촬영은 정말로 즐겁고 들뜨게 한다.
내 집 앞마당인양 이리 쏘다니고 저리 시끌벅적대며 누비고 다녔다.
정배우의 열연과 스탭 애들의 열정이 없었으면 안 신났겠지.

각종 정보 빼내기, 네티즌 수사대의 과한 캐내기를 표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 형식이다.
화면 속에 화면을 담는 것.
화면을 객관적으로 관조할 수 있게 한다.
한 발짝 거리두기.
저 화면엔 정배우 뿐 아니라 나, 그리고 애들 두 명도 더 보인다.


사이버공간(대명거리)에서 비틀대는 주인공.


참 신이 도왔다고 생각하는 건(나는 무신론자인데!)
날씨가 따뜻했다는 것.
사진에서도 햇볕이 느껴지시는가.
으레 춥겠거니 생각해서
코트랑 두꺼운 니트를 입고 갔는데 외투는 벗고 댕겼다.
늦가을의 햇볕은 언제나 소중하고 아름답다.
대학로의 거리 풍광은 영원하지 않다.
항상 점포 하나가 없어지고 생기고 또 없어지고 반복한다.
그래서 더 추억에 잠기게 만들테지.

기운을 다 뺏긴 채, 쓰러지고 마는


많은이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게 만든 씬.
워낙 튼튼한 친구라 쓰러져본 적이 없다며 연기 걱정을 한다.
심지어 나에게 쓰러져보란다.
이봐 나도 튼튼하다고!
그러나 막상 슛 들어가자 완벽하게 소화!
아, 배우 잘 데리고왔다고 칭찬받으니까 으쓱하던데?
근데 이 사진 찍으면서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어느 누가 대명거리에 철퍼덕 쓰러져 보겠어!
이 친구 배우로 꾈 때 '대단한 추억 만들거다' '언제 해보겠냐'라 했는데,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너무 심하게 굴렸다는 게 미안하긴 하지만..ㅋㅋ

사람들이 비켜준다. 위의 사진만 보고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주지는 못할 망정 사진이나 찍고 앉아있는다는 비판이 있을까 두려워 카메라와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립니당!


이 씬을 끝으로 몇 시간 걸린 촬영은 끝이 났다!
아 아니구나
서래에서 갈매기살과 부속고기를 먹고는 실내 씬을 찍으러 들어갔었다.


꽤나 즐거운 촬영이었기에
함께 밥을 먹고 아예 촬영을 종료하고도
이모네에 가서 또 못다한 해후를 풀었다.
정배우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오늘 처음 본 두 친구들과 옥신각신 잘도 말한다.
수제비 맛있었어.
오랜만에 술 먹어서 얼굴이 검붉게 타올랐다.


대학로 거리 솜사탕.
조명까지 받는 낭만적인 솜사탕!


정배우 동생이 맛난 거 사오라고 문자보내서
후배랑 나랑 크리스피를 이구동성 추천했다.
그래서 두 개 씩이나 뺏어먹고는 얘기 쫌 하다 갔다.

_

촬영은 정말 내가 집중을 하든 안 하든 일단 그 자체가 즐겁다. 왜일까?
하여간 대학 들어가서 뜸했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절친과 또 하나의 보기 드문 추억을 만들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하다.
대학 친구들이 내게 말했다. 고등학교 친구랑 있는 나를 보니까 다른 사람 같다고.
고등학교 시절의 나와 대학 시절 지금의 나는 분명 다르다.
내가 진단하기에는 분명 여성스러워졌고, 공부를 안 하고, 정배우 말마따나 고집이 세졌다.
또 더 무수한 많은 변화가 있을는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내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낙천적인 성격이나, 음 비판적-엄마는 비관적이라고 말하는-이고 삐딱한 시선, 그리고 솔직한 거?

타자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이전의 나와 현재의 나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합하는 경험을 하고 온 날이다보니,
못 잊을 것 같다.

이 시도는 참 흥미로웠던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