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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살자/냠냠

[대학로맛집/카페 올리브]꿀 찍어 먹는 피자, 고르곤졸라를 저렴하고 맛있게 즐기려면!


사실 OLIVE는 2008년부터 학교를 다닌 내게 그다지 새로운 곳은 아니었다. 물론 대학로에 나가면야 즐비하지만, 정문에서 나와 성대앞사거리에 다다르지 않고도 맛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스파게티집이었기에. 친구랑 와서 여기 크림스파게티 좀 진득하구나, 감탄했었다. 또 수습기자 트레이닝을 했을 때 아이들 6명을 데리고와서 눈물의 10만원 지출을 하게 만든 곳도 여기였다. 코코펀 쿠폰에도 단골로 등장해 항상 점심식사 꺼리로 염두해 두고는 한, 그런 집이었던 것이다.

위에서 크림치즈가 진하다고 했지만, 이전 올리브는 맛에 비해 저평가된 곳이었다. 다소 답답한 실내 인테리어와 이제는 유행이 지난 꽃무늬 식탁보, 그리고 으레 만날 수 있는 살가운 친절함은 기대할 수 없는 무뚝뚝한 주인 분이 그다지 이 곳을 맛집으로 추천하기에는 2% 부족한 무엇이 있도록 했다. 그런데, 올리브가 cafe OLIVE로 바뀌었고, 컨츄리스타일의 간판 또한 깔끔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명색이 인사캠 사람인데 자과캠 친구가(현재 인사캠에서 복수전공 중) 맛을 봤다고 한다. 약간의 오기가 일어 '점심 때 갈래?'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말했던 대로 성대 정문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 30보를 채 걷지 않아도 입구가 반겨준다.

지도에서 보시는 것 처럼 혜화역 4번 출구에 내려서 성균관대학교 쪽으로 걸어올라오다 보면 있다. 성균관대학교 쪽이라 함은 던킨도넛 3층짜리 건물! 그 것이 장승처럼 입구를 지키고 있는 그 골목으로 들어오면 되는데, 오른쪽 길가편 2층 어딘가에 있으니 목을 쭉 빼고 위를 샅샅이 살펴보시도록. 성대 정문 쪽에 가깝게 있으니 무섭더라도 조금 깊게 들어오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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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의 모험심 발동을 위해 오는 길이라든지 간판 사진은 찍지는 못하였되, 지도를 첨부해드렸으니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듯이 여러분도 지도찾기의 기쁨을 누리시길 바라는 바이다. 간판은 흰 색에 글자가 크지 않게 써져 있어 다소 주목도는 낮다. 입구를 용케 찾아 들어오면 빨간색의 초대형 장미 벽화가 반겨준다. 다소 깜짝 놀랐으나 흰 색으로 칠한 벽과 대조되어 확실히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모던한 느낌을 주는 것도 같다. 스파게티집은 분위기가 많이 좌우하므로 들어오는 길도 신경을 많이 쓴다.


들어오면 이래요. 햇볕이 따사로이 드는 정오 나름의 낭만이 느껴지시는지. 초겨울의 햇빛은 그 어느때보다 소중하다. 예전에 올리브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확 바뀐 모습이다. 우선 채광을 극대화했고, cafe가 추가된 것 답게 식사 테이블 뿐 아니라 이렇게 커피를 마시며 바깥 구경도 할 수 있는 테이블도 생겼다. 곳곳에 귀여운 소품이 배치되어 있고 귀여운 화분 사형제는 이름표를 달고 일광욕 즐기고 있다. 커피 관련 서적도 비치되어 있으니 심심하면 읽어도 좋겠다.

사진 찍기 너무 좋은- 양혜규 작가의 통찰처럼 블라인드의 이중성은 또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


괄목상대라 했던가? 깜짝 놀랄 만큼 변한 모습에 눈 비비고 상대를 다시 본다며. 괄목상대의 피주체는 얼마나 뿌듯할 것인가. 항상 나는 괄목상대의 피주체가 되기를 염원해왔다. 처음부터 칭찬받거나 인정받는 것 보다 점점 보여주는 게 얼마나 통쾌해? 역전드라마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 카페 올리브는 나에게 괄목상대의 주체가 되게끔 했다. 우선 입장했을 때 목재 테이블과 의자로 수수하고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함. 그리고 분위기에 걸맞는, 주방장님이 아낌없이 실력발휘하신 맛으로! 그리고 종업원 언니도 참 친절하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은(예컨대, 수업과 수업 사이 및 수업과 노동 사이에 먹는 점심) 블로그에 올리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널리 알려야 마땅하다는 생각에! 한 번 갔다 오고 난 후 리뷰 결심! 지금 찍은 사진은 오늘(11월 1일) 찍은 거구, 새로이 바뀐 이후로 두 번째 갔을 때이다. 이제 곧 나를 이 곳의 팬으로 만든 기똥찬 피자가 나올 거여요.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걸 생활하고서부터 남의 사진을 찍어 주는걸 정말 좋아하게 됐다. 아직은 사진기를 막 들이대는 것에 대한 멋쩍음이 있지만, 눈에 띄게 많이 나아졌다. 이제 낯짝 두껍게 다져놓고, 요리조리 사진을 찍는다. 친구 얼굴도 찍었는데 블로그를 열심히 하는 걸 아는 친구는 얼굴을 가리며 극구 거부했다. 사실 블로그에 타인 및 나의 노출 정도를 어느정도로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결론이 쉬이 나지 않을 문제이고, 일단 이렇게 간접적으로 찍었다. 오히려 멋스럽다며 친구가 좋아했다ㅋㅋㅋ

내가 이 맛집 리뷰를 하면서 메인으로 삼은 사진도 국화다, 국화. 올리브가 아니라 국화다. 올리브는 내가 먹은 메뉴 안에서는 만나보지 못했다. 테이블마다 이렇게 화병에 꽃이 꽃혀져있는데, 생화였다. 입동이 아직 안 지났으니까 늦가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제는 여름하고 겨울만 남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힘들었는데, 여기서 살아있는 꽃을 만나니(물론 뿌리는 없지만 생명활동은 일어나고 있으므로 살아있다 하겠다) 너무 기분이 좋은거다. 지난 주 엄마랑 고속터미널역 센트럴시티에서 영화를 보러 갔다가 엄마가 그렇게 사고싶어하시던 조화를 보러 갔었는데, 좀 많이 역겨웠다. 실제 꽃이나 풀을 모사해서 진실인 양 버티고 있는 모습이, 또 주인 아줌마는 연꽃이랑 강아지풀을 한데 모아서 이렇게 장식하면 예쁘다고 추천하질 않나, 생태학적으로 절대 그렇게 함께 나지 않을텐데.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거지? 얘기가 샜는데, 각설하고 너무 좋았다고. 세심하다.

인류가 죽을 때까지 끊이지 않는 물음 : 메뉴는 뭘로 할까? 지난 번에는 코코펀 쿠폰에 있는 할인 세트를 먹었었다. 크림치즈스파게티 + 마르게리타피자 + 식전빵 + 아메리카노 커피 2잔. 그런데 마르게리타 피자 재료가 떨어져서 꿀 찍어 먹는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었었다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다시 오게 만든 것은 어느 하나만이 잘나서는 아니다. 모두 빠지지 않았다...! 물론 피자가 제일 임팩트가 강하긴 했지.

저번에는 코코펀 쿠폰을 구하러 잠깐 나갔다 왔다가 손님이 들이닥쳐서 너무 늦게 메뉴가 나왔던 경험이 있기에.. 오늘은 피자와 스파게티만 시키기로 결심했다. 우리 둘이 완전 꽂힌 고르곤졸라 피자(9800원 정도)와 오늘의 스파게티(6700원 정도, 매일 한 메뉴씩 정해지는 듯 하며 11월 1일은 이름을 까먹은 토파토 스파게티였다)를 주문했다. 가격도 착하다.

바삭바삭한 식전빵은 사진 찍기도 전에 베어물었다. 마늘빵이긴 한데 소스가 그렇게 과하지 않아 오히려 좋다.


이름을 까먹었는데 다음에 꼭 메뉴판까지 찍어 올리는 성의를 보이겠다. ㅠ_ㅠ 저번엔 알프레도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먹었었는데, 찐득한 크림소스는 물론 닭가슴살도 많이 들어있고 브로컬리, 새송이버섯 등 건더기가 많아서 너무 좋았다. 토마토 스파게티라고 다를 바 없었다. 새송이버섯이랑 브로컬리는 단골처럼 들어있었고(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토마토 맛도 시지 않게 많이 나서 건강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따뜻한 스파게티는 속 푸는데 최고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

처음 사진은 스파게티를 찍을 때 희고 넙적한 접시를 이용해서 으레 찍어 온 구도였다. 항상 똑같이 찍히는 데 지루하긴 했다. ㅋㅋㅋ 그래서 변화를 줘 봤다. 성공인데? 접시가 물끄러미 응시하는 주방, 그리고 내부. 인테리어도 언뜻 보이십니까? 수용 인원이 많다. 가장 안 쪽에 8인용 테이블도 두 개나 있고, 포스팅 초반에 나온 바깥 완상용 테이블, 그리고 내부에 2인용 4인용 테이블이 여러 개 있다. 물론 피클도 나온다.

나 집어 먹으라고 피자 주걱에 피자 하나 올려놓은 센스있는 친구! ㅎ_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 되시겠다. 올리브를 지난 주 목요일날 처음 갔었던 건데, 그때 처음 먹어 본, 피자에 꿀 찍어먹는 고르곤졸라 피자를 잊을 수 없었다. 꿀을 찍어 먹는 이 피자의 특성 자체도 신선했거니와 카페 올리브의 피자는 정말. 도우는 얇고 치즈는 듬뿍 들어있어서 입안 가득 치즈를 오물거리며 씹을 수 있다는. 어와 천국이로다. 지난 번 후배랑 갔던 디마떼오의 피자랑 비견할 만 했다(물론 치즈는 다르겠지만!?) 어쨌든 정말 4일만에 이 피자를 다시 찾은 이유는 토요일날 갔던 친구네에서 할 수 없이 다른 피자를 먹으며 이 피자가 미칠 듯 그리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대하신 피자님을 놓고 스파게티에 정신 팔린 사이 친구가 하나 뚝 떼어갔다는. 치즈가 촤라락 늘어지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티비 광고에서나 볼 수 있고 치즈가 많은 건 미덕이 아닌가? 아님 식상해져서 그런가? 요즘은 그런 광고도 별로 없는 듯. 사진은 정적이라서 치즈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히겠지만, 꼭 직접 맛보시길 바란다.

고르곤졸라 피자에서 빠질 수 없는 꿀을 찍지 않았다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작은 볼(bowl)에 담아주는데 찍어먹음에 모자람이 없다. 친구가 잘 찍어먹지 않는 탓에 마지막에 가서는 꿀 범벅을 해서 먹는다는. 갑자기 김애란 소설 제목처럼 '침이 고인다'.

지난 주 목요일에 갔을 때 점심 시간이라서인지 사람들이 참 많았고, 그들은 하나같이 스파게티를 주로 시켜먹고 있었다. 그게 의아할만큼 피자가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스파게티도 물론 맛있지만 말이다. 여기 피자는 종류가 세 개 있는데, 고르곤졸라, 마르게리따, 그리고 사과 어쩌구 피자이다. 특이한 사과 피자를 다음에 맛보고 말테다! 다음엔 꼭 메뉴판을 찍어 와서 여러분들을 돕겠다. 어쨌든 이만한 피자가 만 원이 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너무 했다. 포장이 된다면 꼭 사와서 먹어야만 해!!




덧1. 피자칼, 피자주걱, 스페치, 스키파, 피자커팅기, 빵칼, 피자커터, 피자스푼, 피자롤러, 반달피자칼, 피자 뒤지게, 피자 서버 ...........

정확한 명칭을 쓰기 위해 일단 머리에 닿는대로 '피자주걱'이라고 쳤더니 이 놈을 참 여러 가지로도 부른다. 어렵군 어려워.





덧2. 이 곳 종업원 언니의 손이 상처투성이였다. 물어보니까 오븐에 다치셨다고 ㅜ_ㅜ
그런데 목요일날 갔을 때 늦게 나온다고 좀 그랬던 게 죄송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