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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정치!/전시

[대영박물관전]


휴대전화로 찍은 비루한 사진

'대영박물관전-그리스의 신과 인간' 최초로 블로그를 염두에 두고 찍은, 역사적인 사진입니다.



VIP전용 티켓을 두 장 입수한 경위에 대해서는 앞 글에서 황당할 정도로 소상히 밝힌 바 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갑자기 디바의 노래가 생각난다. '서두가 너무 길죠 왠만하면 내게 와'

보자보자. 가격이 성인 만 원! 이 정도 가격의 전시를 공짜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안 땡길까. 대영박물관이 뭔지도 모르는 나인데 이 전시가 땡긴다면 무리지 암. 그래서 같이 SAM을 하는 수많은 아트피플들에게 물어봤다. "이거 갈 만해요?" 미국에서 회화 하는 언니가 알려줬다. "음 영국 안 갈거면 갈 만 하지" 그 대답은 예상 밖의 차원을 지니고 있었다. 전시 하나를 말하는데 국경을 넘는 일에 비견하다니. 가야겠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대영박물관은 또 모른 채. 그리고 이 전시를 가게 한 데에는 장소성이 한 몫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상(이미지)이 떠오르지 않는거다. 국가를 사랑하는 착한 국민을 양성하는 대한민국 교육제도를 착실히 이수한 내가 국가 최고의 박물관을 안 갔을리가 없는데. 왜 떠오르지 않는걸까. 가봐야겠다. 그리고 자과캠이 수원에 있는 우리 학교의 특성 상 의정부라는 산간벽지에 살면서도 혜화에 있는 인사캠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도 모자라 수원마저도 나의 앞마당으로 만들어버린 터였다. 그런데 수원보다 가까운 이촌(국립중앙박물관 소재)역을 안간다는 게 말이 돼냐. 억울해서라도 수원 가는 길에 있는 문화재 및 명승 고적 자연 공원을 하나씩 하나씩 제국주의 전략으로 먹어버릴테다. 이 또한 대영박물관이 뭔지 모르면서 판단한 것이었다. 이처럼 대영박물관 전시를 가게 된 경위는 전시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로 가득차있었다.

어라? 이토록 가기로 마음 먹은 전시건만 아시아프 봉사가 끝나니 남은 건 다큐 편집 쓰나미였다. 그동안 봉사하느라 제대로 편집하지 못해 빡시게 돌려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일엔 잘 시간이 안나드라. 결국 부랴부랴. 전시 끝나기 딱 하루 전. 8월 28일(친구인주윤발생신)에 다녀왔다.

2010년 1학기 '기후와 문화' 과목을 찬란한 학점(씨뿔)으로 마친 나로서 단언컨대, 우리나라는 점점 더 '썩어빠진' 날씨를 갖게 될 것임에랴. 그날도 추적추적 비가 억수로 오던 날이었다. 비가 온다고 우울하다고 말하는 건 왠지 보편적이게 되고 싶을 때 하는 말이고, 사실 날씨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전시 갔던 날을 떠올리면 상쾌하고 시원한가. 중2 때 담임 선생님 병문안을 구리로 가 본 이래 오랜만에, 두 번째로 타 본 중앙선이 신기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전시 관람이라는 계획을 이수한 내 자신이 기특했다. 음 무엇보다 그 날은 군대에 있던 '상당히 절친한 친구'가 휴가를 나와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구나.

여전히 비오는 가운데 생각보다 빠르게 이촌에 도착. 주말이라 그런지 어딘가를 향해가는 사람들의 물결을 타고 국립중앙박물관 가는 길에 자연스레 합류! 이때만 해도 쳐묵쳐묵의 기간이었으니, SMA 촬영 끝내고 허전함에 한 한 달 간은 상상 이상으로 먹고 또 먹었었다. 조금만 덜 먹어도 포도당 부족으로 머리가 띵- 했으니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먹을 걸 찾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촌역 간 통로 개설 공사를 진행한다는 팻말이 나붙어 있었다. 새끼들 빨리 좀 지어! 아무튼 나오자마자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중국식 호떡을 팔고 있다. 중계 이천일아울렛 앞에서 처음 만난 고놈은 담백하면서 달짝지근한게 참 맛있다. 가격은 지역 땅값에 따라 500원에서 700원으로 다양. 그곳은 역시 서울답게 한 개에 700원이요, 3개에 2000원이었다. 특이하게도 이 호떡은 청각장애인 분들이 파시는 경우가 많다. 절대 한 개로는 양에 안 차서가 아니라 아저씨 호떡 좀 많이 팔아드리고자 3개 2천 원 짜리를 셀렉! 입에 달달한 설탕물을 흘려넣을 부푼 꿈을 갖고 기다리는 도중에 이게 웬일이람. 아시아프의 샘 한솔언니랑 스탭이었던 대웅오빠를 만났다. 둘이 손을 잡고 있는데 놀랄 뻔도 했지만 금방 이해하고서는 한담을 나누다 보내드렸다. 그들도 공짜 티켓으로 늦게나마 보러 오셨던 것.

적적하게 찾아온 길이었는데 길동무를 만나니 나그네 가는 길이 한결 가볍고나. 발걸음도 힘차게 국박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국립중앙박물관을 왜 예의없이 국박이라고 부르냐고? 이것 또한 아시아프 아트피플들에게 배운 거였는데(그때 나는 스펀지가 되고 싶었다. 그들의 지식과 관심사를 따르고 싶어서) 미술사 하는 친구들이 한국 미술사 공부할라면 국박을 한 학기에 10번은 넘게 자주 왔다갔다 해야 되는데 그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을 국박이라고 부른다더라. 역시 어떤 사회에는 그들만의 언어 생활이 있기 마련인데 그건 너무 재미있다. 잡소리 집어치우고 들어간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내가 처음 해결하고자 한 것은 화장실이 아니라 이곳에 내가 처음 온 것이냐 아니냐는 사실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실마리는 입구에서부터 잡았다. 국박 용산 이전 3년.  그렇구나. 고3이던 3년 전에 국박 이전한다고 시끌시끌하던 게 떠오른다. 나는 이전하고 처음 오는거였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야.

나는 촌년의 위용을 자랑하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앞서 밝혔지만 전시에 대한 사전지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국박에 가서야 내 전시의 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전시는 국박의 기획전이며, 상설 전시는 따로 있었다. 가족 단위가 많이 오는 주말답게 역시 공연 등이 진행되어 이목을 끌고 있었다. 잠깐 봐 주시고, 입장하려고 했다. 초대권은 매표소에서 별도의 티켓을 수령할 필요 없이 그냥 입장하면 되드라. 여기서 잠깐, 내가 티켓이 2장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 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전시가 하루 남은 상태에서 누구를 준다는 건 그 사람을 희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고 2의 10제곱 갯수만큼 잘라서 공중분해시켜버릴까? 더이상 말 할 가치도 없는 말이다. 아님 전 좀 여유가 있어서 2장 낼게요^-^ 하며 싱긋 웃어보일까? 신성한 박물관에서 경찰 출동하게 만들지 말지어다. 고심 끝에 내가 택한 방법은 키다리아저씨 전술이다. 매표소에 표 끊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