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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정치!/전시

[대영박물관전] VIP 티켓 2장 입수기



2010년 아시아프 도슨트/큐레이터 봉사로 여름방학 막바지를 불태우고 있을 때였다. 십 몇 일간, 짧은 아시아프 봉사도 중반을 향해 치달아가던 때였지. 2부 봉사인 나에게나 중반이었지 전체 전시를 놓고 보면 거의 끝물이랄 수 있는 시기였다.

2부 오전, 10시에 일과가 시작하기 20분 전 여느때처럼 전시 코디네이터님이 참석하신 가운데 우리 SAM(Student Art Manager)들은 회의를 가지려던 참이었다. 웬일로 팀장님께서 오셔서는 SAM 행동에 대해 주의를 주시고(전체적으로 많이 혼났다ㅠ_ㅠ) 새로 시작할 설문 조사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관람하시는 분들께 설문 하나 해주시라고 하고, 설문 완료하신 분들께 대영박물관 티켓 한 장 씩 배부하세요"

뭔 박물관? 대영박물관이라니 감이 안온다. '대'자가 들어가면 왠지 현대랑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림미술관이라고 있지? 아차. 대영박물관에 대해 그 전에 한 번 들어봤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SAM 교육이 진행되던 7월, 참석자 가운데 추첨해서 대영박물관전 VIP티켓을 준다고 했구나. 결국 난 한 번도 당첨되지는 못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엔 변화가 없다).

호기심을 갖고, 회의가 끝나자 우리 구역인 7층으로 올라왔다. 설문은 우리 같이 후미진 7층, 그것도 구석 방에 있는 자들에겐 배부되지 않았다. 그나마 7층 복도는 그 기회가 주어졌다. 7층은 1부와 작품이 같고, 관객의 동선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기 때문에 전시 시작인 10시 이후에도 30분은 지나야 첫 손님이 도착한다. 그 틈을 타 7층 사람들은 또 노닥거리고 있었다. (오해 마시길. 설혹 발소리 하나라도 들리면 대열을 정비하고 제자리로! 관객을 사랑한답니다.)

단연 화두는 설문이었다. 질문이 어떤가 보고 있는데, 복도 담당 SAM이 "하나 하세요"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작성했다. 그래도 양심에 찔리니, 50대 컬렉터로 나를 자기최면하여 그 입장에서 작성했다. 이것은 나만 즐거운 일종의 게임이다.

서두가 너무 길었지만 이런 연유로 나는 '대영박물관전-그리스의 신과 인간' 티켓을 얻게 된 것이다. 90주년을 맞은 조선일보를 기념하야 열린 전시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시아프 또한 조선일보 주최이다. 참고로 아시아프 자원봉사 지원은 정치적인 판단이 깃들지 않았다. 요즘 들어 '정치적'이라는 말에 대한 혼란이 커져가고 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싶어 밝힌다.

그런데 블로그 짓을 시작하는 단계라 마음껏 서툴러주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대영박물관 전 리뷰하겠다고 앉아놓고선 이건 뭐 대영박물관 전 티켓 입수 경위에 대해 한 개의 포스팅을 만들었구나. 본 전시는 다른 글에 써야겠어.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머지 티켓 입수 경위에 대해서도 말하자. 읭? 이건 무슨 소린가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혼자 다녀 온 대영박물관 전에 티켓은 두 개였다. 나머지 한 개는 아시아프 모든 일정이 끝난 후에 입수했다. 폐막식, 그러니까 8월 23일이었나. 오전에 도슨트 활동 하고, 오전 SAM들 찻집에 모여서 노닥거린 후에, 그동안 7층에 짱박혀있느라 못 본 2부 전시도 구경하고(조형관이 특히 재밌었다. 해외작가보다 국내작가와의 공감대가 더 큰 탓일까. 해외작가들에게는 느끼지 못했던 생기발랄함이 크게 느껴졌다) 폐막식에 참가했다. 양혜규 작가의 전시 오프닝에 참석한 후 그 신기원을 경험한 터라 크게 기대기대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아쉬움도 달래고, 뒷풀이에 갔다. 여차저차하고 이러저러해서 흥을 돋울 무렵, 코디님도 도착했다. 우리 코디님은 아주 털털한 분이었는데 내가 첫날 지각했을 때 꽤나 털털하게 봐주셔서 정말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아무튼 그 분이 또 털털하게도 노래방까지 같이 놀러 오셔서 그 때 전시 티켓을 나눠주셨다. 이래서 티켓이 두 장이었다! VIP전용이라고 찍혀있던 데 그것은 수사에 불과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