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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축제, 시장

감히 고가구를 탐하다, 동두천 중앙시장 삼성공예사












빈티지의 뜻도 모르던 제가
어느덧 빈티지에 열광하는 어색한 사람이 되어버렸군요.
그것이 어색한 이유는 현재에 과거를 불러오려고 시도하기 때문이에요.
당시의 것을 좇지 않고 과거의 당시를 사랑하니 어색할밖에요.
결코 당시를 좋아할 순 없지만 일종의 당시를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뭐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잦은 이사 덕에 우리 집에서 빈티지한 것을 찾기는 어렵고,
외할머니댁에서는 아주 자주 만나볼 수 있어요.
외삼촌이 과거 대학시절 입으시던 옷이나 읽으시던 책들, 그리고 할머니의 장롱.
영롱한 자개빛이 반짝이는 장은 당장이라도 집에 들여놓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나요.

또 얼마 전엔 통영 공예관에 다녀왔는데, 예향답게 자개 작품들이 무척이나 예쁘더라고요.
하지만 상상초월 가격을 보고 눈으로 즐겨야 겠구나 생각했지요.
자개장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가구 느낌의 가구를 집에 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동두천 중앙시장의 삼성공예사를 찾아가보세요.










저는 2011년 겨울에도 동두천 중앙시장에 들른 적이 있는데요.
그때도 후배와 함께 적극적으로 전통시장을 탐방한 터라 이 곳도 들러서 사진도 찍고 그랬죠.
그런데 그 때 사진이 든 SD카드를 잃어버려서 사진을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는 비극.
그 때문에 한동안 블로그에도 흥미를 잃고 방황했었죠.

여하간 그 때 시원하게 사진 촬영 및 취재를 허락해주시던 주인 아저씨와
내부의 아름다운 가구에 끌려 이번에도 들르게 되었답니다!

얼핏 보면 간판도 없어요.
하지만 유리 창 너머로 비치는 가구들의 고풍스러운 빛깔만이라도 알아보실 수 있겠죠?








그리고 왼편에 이렇게 노란색 간판이 있기도 하니까요.









달덩이같이 둥근 소반들이 보이네요.
소반은 작은 밥상을 일컫는 것으로, 고동색과 갈색이 있어 고르는 맛이 있네요.
그리고 사진 오른쪽 상단에는 사각 상도 보이죠?
이렇게 이동하기 편리한 소형 상이 사용된 것은
조선시대 유교이념인 남녀유별·장유유서(長幼有序)의 사상으로
겸상보다는 독상이 주로 쓰였으며, 공간적으로도 부엌과 방이 멀고 규모가 작으면서
좌식생활(坐式生活)을 하는 한식 온돌방에 적합하였기 때문이라고 백과사전이 말해주네요.








사각상을 자세하게 찍어 보았는데요.
왼쪽 사진에 남원 전통 목공예 라고 음각되어 있는 것이 보이시죠?
이처럼 지역에서 유명한 공예품들이 삼성공예사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전통 가구 산답시고 굳이 멀리 가실 필요 있나요?

오른쪽 사진은 다리가 짧은(거의 없는) 상입니다.
집에서 다용도로 쓰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과일을 깎아 먹는다거나 할 때에요.








그 다음은 제 방에 놓아도 유용하게 쓰일 것 같은 가구!
약 60cm의 높이로 어디에 놓아도 손색없고,
수납 공간도 생각보다 넉넉해 좋아요.
게다가 다양한 디자인 좀 보세요.
우리가 요즘은 아파트나 빌라 등 서구형 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전통 가구는 어느 주거 형태에도 자신만의 아우라를 보존하며 잘 어우러집니다.

검정과 고동색의 나무 색 위에 금색으로 마감이 잘 되어 있으며,
아래 사진의 가구들은 특히 창호지와 창살 컨셉으로 유니크한 느낌마저 듭니다.
아무래도 좀 더 화려하게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듯 하네요.









그러나 제가 가장 갖고 싶은 거는 이렇게 거울 달린 고가구들이었어요.
낮은 것은 화장품 올려놓고 화장할 때 얼굴 비추어 보면 좋겠고,
전신을 비출 수 있을 정도로 긴 거울은 옷 매무새도 점검하고
장에 모자나 악세사리류들을 담아 놓아도 좋겠네요.









옷을 오래오래 튼튼하게 보관할 수 있을 것 같은 옷장도 보이시죠?
태풍이 와서 집이 무너져도 저 가구만 우뚝 남을 것만 같은 이 위풍당당함.
작은 가구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전통 문양으로 멋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삼성공예사는 고가구만 취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제사에 쓰이는 목기도 취급합니다.
예전엔 집에서 제사도 지냈던 것 같은데 아주 아주 아주 오래 전이네요.










상점을 나가는데 보이던 부적.
역시 한국 전통 민속문화의 흔적이 제대로 남아있는 것 같죠?








얼마 전에 유홍준 아저씨가 나온 1박 2일에서 서울 성북동의 한국고가구박물관에 갔었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아름다운 고가구들을 보고 있으면 양반이 된 듯한 기분이 들 것 같아 보였어요.
그런데 3월 하순까지 휴관한다네요.
아쉬워하시는 분들, 동두천 중앙시장의 삼성공예사에 가셔서 고가구 구경하시는 건 어떠세요?
여긴 박물관과 달리 직접 구매하시는 것이 주 목적이 되실테니 더욱 기쁘지 아니할까 싶네요.





동두천 중앙시장 삼성공예사. 전화 (031)862-8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