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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축제, 시장

식객도 놓쳤다! 낙원에 꼭꼭 숨은 종로 맛집, <일미식당>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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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님의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낙원상가 지하 일미식당 청국장, 그리고 밥 : http://foodi2.blog.me/30092652850)

함부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서울의 진면목은 사대문 안 후미진 곳에 있는데,

낙원시장의 일미식당이 그러한 곳이고, 밥맛이 좋다.
쌀이 최상품인데다가 인심도 좋다.
청국장은 짜지 않고 잘 삭힌 것이다."


낙원시장의 존재도 충격적이었는데 여기에 이런 보석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니?
대체 낙원시장은 무엇이란 말인가? 매우 신비하게 느껴졌다.

친구와 학교에서 여행 계획을 세우다 저녁을 먹으러 이 쪽으로 왔다.
친구는 조리과학고 출신이라 요리짱(!)에다 미식가이다.
저녁 7시도 안 된 시간이라 아직 바깥이 밝았다.
마치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인 마냥 지하시장 입구가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들어갔더니 그 곳에 진짜 시장이 있었다.
그런데 약간 두려웠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광장시장에서 밥을 먹었다.
(오늘 ; 그린빈 2호점, 광장시장 박가네 빈대떡, 순대, 떡볶이)











그리하여 오늘 혼자 다녀왔다는 이야기다.
맛있게 먹어보자고 아침에 우유 한 잔만 먹고 나온터라 허기졌는데.
무심결에 학교가 있는 역에 내려서 꽤나 헤맸다.
필름을 잔뜩 사고 낙원시장까지 걸어갔다.

*

아마 친구랑 갔을 때 용기있게 일미식당의 문을 열어젖히지 못한 것은,
좋아하는 노래를 친구에게 들려줄 때 느끼는 조바심 같은 것이다.
내가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무엇이 다른 이에게 아무것도 아니거나 '별로'일 때,
내가 느끼는 실망이 두려워서?!

이토록 남을 많이 신경쓰며 사는 사람인가 보다, 난.

*

1시도 되기 전에 들어간 낙원시장은 꽤나 북적였다.
괜히 걱정했구나, 오늘 따뜻한 날씨 만큼이나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이게 뭐지?
몇몇만 알고 가는 숨은 맛집이라고 생각하여 여유롭게 갔는데
식당 내부에는 손님이 가득 차 있었고, 줄까지 서 있었다.
조금 있다 올까? 그런 생각은 1초만 하고, 바로 줄을 섰다.ㅋ

식객에 나올법한데 식객에 안 나온 것 같다.
식객도 놓친 맛집이 낙원에 있다.

줄을 서면서 식당을 천천히 관찰했다.







일미식당은 가-148호에 위치해있다.
낙원시장 입구가 꽤 많은데 어느 입구로 들어가든 ,
 어떤 상인 분께 여쭤보든 일미식당을 물어보면 잘 알려주신다.
일미식당을 모를 리가 없다...










줄을 서 있으면서 식당을 찬찬히 관찰했다.

"청국 두 개 따로따로~" "청 두 개?"

청국, 청 모두 다 청국장을 일컫는 것이다.
단골이 많다던 일미식당, 낙원시장이지만
줄에 서 계신 아저씨 아주머니들 모두 낙원시장을 원래부터 알고 계신 것은 아닌가보다.

"이렇게 큰 시장이 있는 줄 몰랐어"
"우~ 여기 구경 올 만 하네 가끔"

손님들은 대개 40대 이상으로 보였다.
외국인도 종종 온다는데 내가 갔을 땐 보이지 않았다.
어린 애들은 나랑, 남자애 하나가 있었다.
걔는 고3이란다. 어린 애가 어찌 알고!
(물론 나를 보고 다른 아줌마 아저씨들이 이 생각을 했을는지 모른다)

일미식당을 원하는 사람에 비해
식당이 좁으니 큰 냄비라도 옮길라치면
"잠깐만요 잠깐만 잠깐만"

줄이 많이 긴 편은 아니어서 내 차례가 금방 왔다.
식당 아주머니가 묻는다.

"지금 몇 분 남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뭘로 해드려요? 자리는 났는데 치우질 못해서"

내 앞엔 아저씨 아주머니 두 분이 계셨다.
나도, 그분들도 모두 청국장을 주문했다.

"여기 세 분 합석을 좀 해주세요"

와우! 테이블 회전율이 생각보다 빨랐던 이유는 이것이었다.
공간활용을 밀도있게 하고 계신다.
4명이 앉는 테이블에 나와 그분들이 앉았다.







"변함없다 청국장맛! 개그맨 전유성."

까다롭기로 소문난 전유성 아저씨가 식당에서 밥 두 공기 먹은 유일한 곳이 일미식당이라고 한다.
전유성 아저씨 외에도 여러 유명인의 방명록이 있었다.

메뉴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청국장, 해물된장, 김치, 순두부찌개가 있다.

가격은 재밌게도 1인분 6천 원, 2인분 1만 1천 원, 3인분 1만 6천 원.
그리고 2인 이상 먹을 수 있는 것이 오징어볶음, 제육볶음, 부대찌개, 동태찌개이다.





▲ 일미식당의 천장 조명
▲ 매스컴에 소개된 일미식당, 스틸컷이 벽면에 붙어있다.
▲ 사진 찍다 포착한 북어와 실. 액막이를 위해 걸어놓은 것이다.
'북어에 실타래를 묶어 고사를 지낸 뒤 벽에 걸고는 사업의 번창을 기원했다.'고 한다.









우와 밥이 나왔다. 합석이지만 일행별로 나온다.
아주머니 아저씨의 2인 청국장은 좀 더 큰 냄비에 청국장을 담아 내오신다.
그냥 보면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문제적인 밥과 청국장, 그리고 찬이 6가지이다.
김과 생선은 랩에 씌워져있다.







뜨거운 청국장이다.
뚝배기의 열 덕분에 내 앞에서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문제적 밥이다. 못 알아보겠다.






촤르르 윤기가 돈다.
이렇게 예쁜 밥은 처음 보았다.
과연 듣던대로다!
이건 미식가가 아니라도 알아보는 것이다.
(나는 장담컨대 미식가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아무거나 잘 먹는다)

합석한 아주머니가 "밥만 앉아서 먹어도 되겠다" 하신다.
"옛날 아궁이에 밥을 지으면 밥이 맛있으니까 앉아서 계속 주워먹잖아.
여기 밥은 꼭 그래. 밥 냄새부터가 틀려. 쌀이 좋으니까"

검은콩이 있는 밥이다.
"국산콩이다. 중국산은 이런 맛이 안 나."
일미식당의 모든 재료는 국산이다.








밥솥들. 밥솥엔 콩밥이 있다.
미리 밥을 하지 않고 손님들 오는대로 밥을 지어 내놓는다고 한다.

이 크고 많은 밥솥의 밥은 계속 더 먹을 수 있나보다.
사람들은 계속 "밥 한 공기 더!"를 외친다.
그리고 반찬 중 김도 자꾸 더 달라고 한다.
내 생각엔 아마 밥이 맛있어서 김을 부르는 것 같다.
밥도둑.


한 공기 머겅ㅋ 두 공기 머겅ㅋ








요건 무채! 대개 식당에서 무채가 나오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딱딱하고 쓰기 마련이다. 근데 일미식당의 무채는.... 달다.
할머니가 농사지어 보내주신 못생기고 작은 무 맛이다.
나는 일미식당의 반찬 중 이게 가장 맛이 있었다.
계절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반찬이 바뀌는 것 같은데,
여러분도 속히 가서 이거 드셔보셔야 한다.









고등어조림 한 조각.
약간 식어서 나왔다.
생선살은 역시 통통하다. 짜지 않아 좋다.










폭풍이 휩쓸고 간 뒤. 많은 아저씨들이 단체로 뭘 드셨던 테이블이 비워져서 찍었다.
나와 합석한 아주머니에 따르면 수용인원은 20인 정도란다.
"야 이 조그만 식당에서 여섯 명이 일을 하네"라는 말도 하셨다.
나는 구석에 앉아 혼잡한 분위기를 귀로만 들었다.



**

맛있는 걸 앞에 두고 사진만 찍는 건 진짜 고역이다.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님다.

사진을 다 찍고 정신없이 먹었다.







짠! 초토화.
밥 한 공기 더 시키지 못해 아쉽다.

내 역량이 이것밖에 안 되다니... 슬포




밥 먹고 마시는 뜨끈한 보리차





이곳에 가면,
밥알 한 톨도 남기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으리라.

그리고 깨끗하게 비워진 밥공기에
따뜻한 보리차 한 잔 따라먹으면,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 끝이다.

이렇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정성들인 음식은 먹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오늘 또 내일 있을 내일로 여행을 논의하러 그 친구와 만났다.
밥알 사진을 자랑스레 보여주니 자기도 꼭 가고 싶단다.
여행 끝나고 내가 쏘기로 했다.

이젠 용기있게 보여줄 수 있다.
여행 후 더욱 돈독해진 우리 사이랑 매우 잘 어울리는 식사가 될 거야!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낮 3시 쯤은 되어야 줄을 서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3시 전까지 시장을 돌았는데 그때까지 꼭 3-5명 정도는 줄을 서 있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줄이니 먹고 싶을 때 언제든 가도 괜찮겠다.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며,
일요일은 낙원상가 전체 휴무이다.
예약/카드/배달 모두 된다.



본인은 아직 비경제활동인구라 뭔지 잘 모르겠지만
국민카드의 마이샵인지 뭔지의 가맹점이란다.
이 사실이 눈에 뜨이는 데 붙어 있어 참고하라고 알려드린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낙원악기상가 지하1층 낙원시장 148호
일미식당(02-766-6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