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정치!/독서2010.10.07 14:25




어제 떡볶이에 맘도 속도 상한 후였죠.
배가 슬슬 아프길래 점심을 간단하게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강력한 섭취 욕구를 부르는 식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치즈가 올려진 피자, 아니면 느끼한 치즈스파게티. 물론 스파게티는 느끼해서 속이 느글느글거리는 분도 있을 지 모르나, 제게 스파게티는 '따뜻한' 음식이라고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속을 달래고 싶었는지 몸에서 원합디다.(그렇다고 해장을 스파게티로 하고 싶진 않네요)

부엉이랑 약속을 잡고, 날씨 좋은 와중에 걸어서 정문까지 내려갔다. 정문 쪽 스파게티 집 중 아무데나 골라 가려고...올리브라는 스파게티집이 올리브 카페로 새로 열었다 해서 가보려고 했는데, 거길 갈까 하다가 시간도 없고(점심은 1시까지니까) 아이럽파스타도 한 번 먹어보고 판단한 결과 맛이 정말 좋아서 거길 가기로 결정! 그러는데 정문에 뭔가 가판대가 설치되어 있었다.(왜 갑자기 반말이래)

이런 게 한 두 번이냐. 무심코 지나치려 했지만 자세히 보니 펼쳐진 것들이 책들이라 눈길을 끌더라. 알고 보니 창작과 비평사 정기 구독 이라고 적혀있는 것이다. 아아, 나의 로망. 말했던가? 너무나 내밀하고 꿈 같아서 입밖으로 잘 꺼내지는 않지만 나의 궁극적인, 인생의 가장 바람직한 목표는 문학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최소한 문학과 관련된 일에만 종사해도 좋다. 아니, 내 주위에는 항상 글이 있었으면 좋겠다. 각설하고, 강렬한 눈빛을 쏘아준 후 급하니깐 밥이나 먹으러 갔다.

아이럽파스타는 지난 5월 정윤언니가 사줬을 때와 변함없이 찐한 크림치즈파스타를 자랑했다. 뇌수(?)까지 맛있는 새우의 싱싱함은 또 어떻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손님의 수. 그때에는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손님이 거의 없었다면, 음식맛이 입소문을 탔는지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오늘의 메뉴를 선택하면 5900원이라는, 파스타 치고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으니. 피자 아니면 빨리 나온다는 약속을 받고 파스타 두 접시를 주문했으나 약속한 것보다 10분 늦게 나왔다 ㅠ_ㅠ 그래도 빛의 속도로 드링킹.

빨리 먹고 나오니 1시 5분 전. 지금 바삐 걸어가면 지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눈빛을 쏘아 준 창비를 잊고 지나칠 수 없다. 아저씨들께 가서 물었다. "이거 하는 데 몇 분 걸려요?" 아저씨들이 "아이고~ 금방 됩니다" 그러시고는 여자저차 설명을 해 주신다. 창비 44주년을 맞이해서 학교 앞에 행사로 나온 거라고. 교수님들이랑 학생들 많이 신청했다며. 지금 신청하면! 과월호도 주고, 아무튼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며.

이점이 어떻든 간에 나는 본래부터 이자식들을 정기구독할 운명이었던 것처럼 홀렸다. 신문사에서도 창비를 정기구독했더랬다. 내가 들어가기 한~참 전부터. 수습기자일때 신문사 책장에 그득그득 쌓여있는 창비를 보며 동경의 시선을 보냈더랬다. 그런데 내가 여전히 수습기자이던 2008년, 책장 정리를 한답시고 복작복작하더니 다음 날 갔을때 그 많던 창비는 다 어디로 갔을까. 싹 다 없어졌고 2008년부터의 창비가 책장을 황량히 메우게 됐다. 그 상실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나는 내 머릿속에 그 서가를 다시 복원시킬라고.


2년 정기구독 신청을 했다. 계간지인 창비의 1년 구독료가 42000원, 그다지 부담이 큰 정도는 아니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2년 이상 구독신청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1년 구독을 선물할 수 있단다. 눈에 번쩍 뜨이는 제언이다! 게다가 나는 선물도 그득그득 받았다.




선물할 수 있는 1년 정기구독권은 물론이다. 여기에 과월호(2010년 여름, 148호) 한 부만 주신다고 했는데 2010년 봄, 147호도 주셨고,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린 것이라 결제수단에 대해서 고민할 때 신용카드 수수료 셈 치고 시집 한 권도 고르라셨다. 중앙일보에서 시가있는아침을 운영했던 정끝별 씨 시집을 할까, 하다 신경림 시인의 시인을 골랐다. 여기에 2년 정기구독은 단행본 2권 또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권 세트'를 선택할 수 있었다. 3년 구독에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전4권 세트'도 있었는데, 내가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14000원에 산 놈들이다. 으하하 더 말할 것도 없이 아주 유명한 책이니까 읽고 싶은 욕심에 문화유산답사기를 선택했다. 고놈들은 가지고 있으신 게 없어서 택배로 보내주신댔다.

덕분에 노동하는 곳에는 조금 늦었지만, 내 마음은 아주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훈훈하고 뿌듯했더랬다.
신문사를 끝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나하나 무의식적으로, 의식적으로 이뤄나가고 있는데,
이 정기구독은 잊고 있었던 바람이라 더욱 기뻤다.

더해서, 학교 앞에서 신청했더니 학생할인으로 혜택도 아주 빵빵한 편이었다-
지난 토요일, 덕수궁에서 하는 서울북페스티벌에 잠깐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창비 부스가 있어 힐끗 봤더니 이만한 혜택은 아니었다.

그렇게 있던 중 오늘 혹시나 하고 경비실에 가 봤더니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택배로 와 있었당>.<


우와 기대된다-
읽고 포스팅해야지. 언제쯤이 될까?



Posted by 카프카에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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