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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정치!/음반

'사랑의 단상 : 챕터3', 파스텔 빛깔의 12가지 사랑 노래






  사랑의 단상 : Chapter 3.




초여름의 습기가 묻어나는 바람을 타고 교신하는 12가지 사랑의 노래, 사랑에 관한 시선들을 좇아가는 컨셉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 챕터 3. 'Follow you, Follow me' Juno(from CASKER), Herz Analog, 이진우, Hee young, Gros Calin(그로 칼랭), Allegrow, Fanny Fink, Lovelybut, 융진 (from CASKER) 참여.

컨셉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은 롤랑 바르트의 저서 ‘사랑의 단상’ 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져, 2008년에 첫 번째 앨범을 발표, 2장의 음반과 총 4회의 공연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지구 멸망 직전까지 계속될 ‘사랑’이라는 테마로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2011년에 그 세 번째 결과물을 발표하게 되었다.

_음반 설명 중.





옛날 영화 같이 아스라한 분위기

옛날 영화 같이 아스라한 분위기를 풍기는 'Stay with you'. 아무런 말이 없어도 많은 감성과 이야기를 전달해 줘 마음이 아립니다. 듣는 이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겠죠? 저는 슬퍼요. 너와 함께 있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아픔이 깊게 스며 있는 것 같아요. 성시경 분과 비슷한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시는 '그 손, 한 번만'. 저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멀찍이 바라보는 얘기에 관심이 있어요. 이걸 '그렇게 널 조용히 사랑한다'고 표현한 마음... 목소리에 감정이 담뿍 묻어나서 마음이 같이 아파요. 비 올 때 들으면 많이 센치할 듯. '스무살'은 귀여워요.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봄을 걷고 있는 그 나이.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익숙하지 않은 것도 많아서 더 재미있는 나이! 스무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발랄함이 매력이에요.







선율에 사랑의 이미지를 담다

이 음반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미지 형상화입니다. 헤르쯔 아날로그의 '이별을 걸으며'는 이별이라는 상황을 대처하는 행위가 '걷기'이지요. 함께 걷던 길을 혼자 걸으며 너의 습관을 따라하기도 하고. 찬찬히 추억을 곱씹는 그 장면이 생생히 생각나 어찌나 슬프던지요. 'Buy myself a goodbye'는 일단 보컬 분인 희영 님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돋보입니다. 여린 듯 하면서도 묘하게 허스키해 호소력있는 목소리이지요. 가사가 영어로 되어 있어 바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창의력이 담겨 있는 가사입니다. 제목부터 '읭?' 소리가 들 정도의 행위가 들어 있지요. 귀여운 상상력이 사랑의 상처에서 생긴 아픔을 덜어주는 것 같네요. 울며 슬픔을 노래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이별에 대처하는 것도 건강에 좋을 것 같네요 : )

Tomorrow follows,
I’ll gather the seeds and plant something new
Plant a face I love who will let me be

(내일이 오면,
난 씨앗들을 그러모아 어떤 새로운 걸 심을거야.
내가 사랑하게 될 얼굴을 심을거야.)








밤은 좋고 그래서 나쁘다

다음은 'Lisa'입니다. 리사도 보이는 프랑스 여인의 대답으로 시작하는 노래. 선율은 그녀의 동선과 감정을 따라가며 전개되는 듯 보입니다. 신나는 비트와 세련된 음색이 매력적입니다. 색소폰(맞나요?)과 키보드의 연주도 감정선을 풍부하게 하는 데 큰 작용을 합니다. '밤은 좋고 그래서 나쁘다'는 제가 가장 먼저 찾아들은 음악입니다. 제목부터 강하게 공감대를 자극합니다. 우리는 낮에는 이성적으로 행동하다가도 밤에 감성적으로 변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니까요. 좋다와 나쁘다, 이 상극의 형용사를 하나의 대상을 지칭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기도 하지요. 어쨌든 보컬 분의 맑은 목소리는 '나쁘다'라는 말은 모르고 살았을 것 같은 청초한 느낌을 들게 합니다; 파격적인 제목과 달리 가사는 지고지순한 슬픔 그 자체입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고백의 순간들


슬픔이 주종을 이루던 사랑의 단상들에 드디어 '이런 날'이 오네요. 이 곡은 간만에 찾아온 설렘입니다. 남자친구 분들이 여자친구에게 불러주면 정말 좋겠네요 (ㅎ_ㅎ) 다신 없을거라 믿었던 사랑이 한 사람 때문에 다시 찾아오고, 이 때문에 행복에 겨운 한 남자의 고백입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해도 아무런 후회없어'. 이거이거 결혼식에서 불려도 좋을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Love today'의 보컬 음색이 마음에 듭니다. 언니네이발관이나 브로콜리너마저의 남성 보컬분과 비슷한 계파라고 혼자 임의대로 분류해봅니다. 소몰이 창법처럼 감성이 풍부한 건 아니지만 무심한 듯 기교도 없는 그 순수함이 매력적입니다. 가사 전달도 잘 되고 맑고 깨끗한 음색에 오히려 제 감정은 울리네요. '언제나 눈부시게 빛나는 너와의 시간들./자꾸만 커져가는 나의 이 마음을 어떡해.'







한 편의 영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다

'재회' 이 음반은 가사가 있는 곡과 이 곡처럼 가사가 없는 곡들이 함께 버무러져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가사가 없으면 왠지 심심해 하는 저같은 막귀에게도 가사없는 곡들이 큰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한 편의 영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아시겠나요? 단상이라기에는 너무 긴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요. '봄바람에 부른다' 땡스 투에 보시면 알겠지만 이 음반 자체가 내님에게 봄에 띄우는 편지입니다. 그래서 이 음반의 주제를 압축해 놓은 곡이 바로 이 곡이라고 할 수 있지요 ^ ^ 'Stay with me'는 맨 처음에 등장한 곡와 수미상관을 이루네요. 다양한 변주가 돋보입니다. 12가지의 사랑 이야기를 거치는 동안 감정이 극대화되었겠지요? 원래의 선율보다 느리게도. 강하게도 나아가며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