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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정치!/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 진심어린 연기, 영화 보고 울기는 처음







실컷 울고 곰곰이 생각해보는
"내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보고 울었던 이유"


1. 늙어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도덕 시간에 노인문제의 4대 요소, '병고, 고독고, 빈고, 무위고'를 외울 때 좀 더 쉽게 외기 위해 연상을 해 본 것이 전부일 뿐. 청춘의 정점에 서 있다고 느끼는 나,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 시기를 누리기에만 바빴다. 제멋대로인 청춘에게 또한 자신의 것인 노년기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줬다. 이 자체가 슬프다기보다 그동안 이를 간과한 놀라움과 회한의 눈물이 흐른다. 설이 얼마 지나지 않은 개봉일 시점에서 외할머니, 친할머니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2. 사실 강풀의 원작 만화를 보고 간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웹툰 하나 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원작에 충실해서 재밌다느니 하는 분들의 담론에 낄 수는 없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동안이나 그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나를 처음 울린 이 영화가 원작 웹툰이 있었다는 걸 잠시 잊을 정도로 원작을 재현하는 데 으레 생기는 잡음이 없다. 원작에 매몰돼 무례한 생략을 하거나 쓸데없는 사족이 반복되는 식의 늘어짐도 없다고 여겼다. 오직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강풀의 원작을 안 보고 갔다는 것은 이 영화 감상에 있어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와 만화의 비교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3. 제목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진부하다. 으하하. 그래서 처음 이 영화 제목을 들었을 땐 기대를 안 했다(강풀 만화, 연극에 대해 많이 들은 바가 없었다). MBC놀러와에 출연한 영화의 주연배우 님들을 보며 같은 사랑 이야기되, 주체의 연령대가 많이 높아졌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흥행을 걱정하기에 이른다. 나이 지긋하게 드신 분들만 출연하는 영화에 관객이 많이 몰릴까? 아무래도 또래가 좀 나와 줘야 보는 게 아닐까. 원작의 힘을 몰라서 나온 기우였을 뿐이다. 막상 극장에 가니 나이드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 그들을 영화관에 모이게 한 것 또한 난 큰 힘이라고 생각했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그 어떤 연대를 가지고 나이드신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진지하게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젊은 것들은 이해할 수 없는 영화의 부분까지도 이해하실 것이다. 또는 지적하지 못 하는 부분도 들춰내어 느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