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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축제, 시장

행복한 비상사태! 청량리종합시장에서 자취용품 급 마련하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 쓰는 카프카에스크입니다.
제게 행복한 비상사태가 벌어진 것은 마지막 글, 즉 동두천중앙시장에 관한 글을 쓰기 전날이었죠.
(그 글을 밤 새며 새벽에 썼으니 당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1월 정도부터 모집 공고를 보고 계속 염원해오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월에 제가 영상제작과 편집 등을 배웠던 학교 아카데미에서
왕복 5시간을 감내하며 포토샵/사진 특강도 받았던 것도 이 일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내일로 여행 가기 전에 지원서를 작성하여 제출, 여행 중에 서류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갔다와서 술병 난 상태로 씩씩하게 면접도 봤고, 합격하여 열심히 일하는 중입니다.
3개월 단기 스탭으로 일하는 것이라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정말 하고 싶던 일이고 잘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자취를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방임'정책으로 절 키워오신 우리 엄마는 항상, 나가사는 건 상관없다. 돈은 니가 내라.
라는 현명한 말씀으로 제 자취 및 독립 욕구를 짓누르곤 하셨는데요.
학교가 왕복 3시간으로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고.
깔끔 떠는 성격은 아닌지라 자취하면 어떻게 될 지 불보듯 뻔하기도 하고,
돈도 없고, 엄마가 외로우실까봐 저도 자취를 크게 욕망하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학교 다니는 것도 아니고 3개월이지만 스탭으로 '일'하는 것이고,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자취할 정도의 월급도 받고,
또 제가 멀리 살아서 망설였다는, 그러나 지원서를 잘 써서(?) 면접을 보는 거라는
국장님의 말씀에 제가 공약을 내건 일도 있고 해서,

후딱 자취를 결정하고 방도 금방 구했습니다.
일하는 곳이 학교앞이라 원래 집보다 더 많이 머무는 동네였기도 했구요.

여하간 이것은 비상사태가 맞습니다.
어른들 말로는 수더분한 성격의 제가 혼자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고시원 방을 살려고 알아봤지만 인간다운 삶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원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곳에 들어왔거든요. (방 정말 잘 구했어요 ♥)
그러니까 세간 살이도 마련을 해야 하고, 밥도 해 먹어야 하거든요.

원래 용돈은 안 받아 쓴 지 꽤 됐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아껴보고자 집에 있는 물건을 많이 옮겨갔고요.
(엄마가 그런 것까지 가져가냐! 핀잔 줄 정도로. 두루말이 휴지 같은거...ㅋㅋ)
그렇지만 몇 개 없는 물품들은 사야 했어요.
때마침 크고 싸고 좋은 청량리종합시장 리뷰어가 되어 여기서 자취용품을 몇 개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청량리전통시장 어서오십시요!





#1. 치킨집에서 빨래비누를 팝니다.







전통시장에서 파는 통닭은 정말 크고 늠름합니다.
똥집과 같은 특수부위는 물론 맛도 고소하지요.
제가 의정부제일시장의 통닭에 대해서는 두 개의 포스팅으로 칭찬한 적이 있습니다.
청량리종합시장에서도 통닭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조금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통닭집에서 통닭을 안 사고 빨래비누를 샀습니다. 응??








아이 참 많다. 이게 통닭집에서 나온 겁니다.










바로바로 기름을 이용해서 만든 빨래비누인 것입니다!
이거 예전에 초등학교 때 배웠던 것 같기도 하고, 집에서 만든 적도 있는 것 같은데.
여하간 폐기름으로 빨래비누를 만들면 때도 잘 지는 훌륭한 비누가 된답니다.










무공해 비누 2장 3천 원!
우리는 조금 모양이 좋지 않아 할인하여 파는 비누를 한 장에 500원 정도의 가격으로 몇 개 샀습니다.
저는 반 조각을 내어 자취방 화장실 한 편에 두었지요.
코인세탁기가 있기는 하지만 500원이나 해서 잘 쓸 것 같진 않고,
속옷이나 양말은 이 비누와 솔로 잘 문질러 빨아야겠습니다.





#2. 양은냄비와 고무장갑









점포정리 세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점포정리에 이르게 된 것은 애석하지만 말입니다 T^T








수많은 가정용품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습니다.
정리이니만큼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었죠.
라면 하나 정도를 끓여먹기 편한 양은냄비 하나와 설거지를 위한 고무장갑을 샀습니다.
양은냄비는 특히 튼튼하여 집에 있는 것보다 좋다고 엄마가 탐을 내셨죠.









고무장갑은 마미손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비정품이라고 또 도장이 찍혀있더라고요.
고무장갑이 명품이나 전자제품도 아니고 비정품이 있다니 약간 놀랐습니다.
그래도 짱짱합니다. ㅋㅋㅋ









내꺼에요.





#3. 티스푼








길거리에서도 점포정리 못지않게 싸고 질좋은 주방용품을 팔고 있습니다.







엄마와 저의 눈길을 잡아 끈 것은 오래 되어 보이지만 예쁜 디자인의 숟가락들이었습니다.
1개에 200원이라니 정말 싸지요?
저런 작은 숟가락은 없으면 아쉬워요.
요플레를 떠먹을 때나, 제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밤을 파먹을 때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이지요!
제가 밤을 또 기가 막히게 파먹습니다. 깨끗하게.




이렇게 자취용품 일부는 마련이 되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자취생들에게 부족하기 마련인 비타민 충전을 위해 과일을 사보도록 합니다.
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