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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축제, 시장

시장통닭 관찰기 : 하필이면 의정부통닭에만 줄 서는 이유





왜 유독 의정부통닭에만 줄이 늘어서있을까? 다 똑같아보이는데 말야. 가마솥 위에 순닭고기 조각 투하 특별한 소스 마-늘. 염통 똥집 닭목까지~ 빠라빠바밤 ♪ 한 마리 13,000원. 뭐 하나 다른 게 없었다. 요즘 포토샵 다시 배운다고 저 위에 패기있게 만든 의정부 시장 통닭골목 맛지도 보시라. 간판마저 비슷하다. 20년 전통의- ○○통닭.

의정부를 한 15년 살았고, 지금보다 어렸을 땐 의정부시내도 잘 다녔던 나. 그런데 이 통닭골목의 통닭을 먹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전 포스팅에서 서술했다시피 얼마 전 친구들과 처음 먹어 본 것이다. 기억을 되새겨보니 이 골목 또한 아주 자주 지나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보다 키도 작고 생각도 작았고 위도 작았던 난 식욕도 동하지 않았고 골목의 존재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전 포스팅 : 2012/02/08 닭님의 풍성한 자태...! 의정부제일시장 통닭골목)

친구들과의 약속 전 이 통닭골목을 사전답사하며 5대 천왕 중 무엇을 택해야 할까가 고민이 됐다. 그날도 의정부통닭에만 줄이 있었다. 가장 최근 매스컴을 탄 집은 '성원통닭(KBS VJ특공대)'이었다. 카메라마사지도 골고루 받는 인상이라 딱히 두드러지는 집도 없나보다 했다. 의정부통닭이 매스컴을 많이 타고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도 단순히 명칭때문이겠거니 했다. 의정부 시내에 있는 집 소개하는데 '의정부통닭'이면 어쩐지 대표성이 있어 보이고 신뢰도 가지 않나. 매스컴의 생리이겠거니 했다.

그날은 결단력있는 친구의 단호한 발걸음이 미성통닭으로 향해 고민없이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달랐다. 선택의 전권은 내가 쥐고 있었다. 엄마와 간단하게 장을 보고 온 후 골목으로 귀환했다. 통닭골목이여, 오빠가 돌아왔다! 5개집 모두 먹어보기로 한 것, 이왕이면 오늘은 가장 도전적인 집을 공략하자! 오늘도 불야성을 이루는 의정부통닭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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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친구들과 갔을 때 사진 찍는다니까 무심한 듯 신경써주신 미성통닭 아저씨가 바로 옆집이라 약간 죄송했지만, 그래도 호기심은 충족되어야 하기에. 내가 줄을 섰을 때엔 내 앞으로 4-5무리의 손님이 계셨다. 기다리는 시간은 아무래도 상관없기에 '관찰'이라는 특기를 발휘했다.

의정부통닭의 내부는 지난 번 가봤던 미성통닭보다 훨씬 넓은 듯 했다. 아마도 확장한 것 같았다.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투명한 유리창 사이로 넘겨보니 손님으로 가득차 있었다. 다른 집들도 손님들이 꼭 있다. 간판 아래로 떨어지는 가림막 아래로 MBC에서 의정부통닭을 취재한 내용이 드리워져 있었다. 블로그에서 몇몇 후기 본 바대로 주인 아저씨가 많이 마르셨다. 아주머니도 계셨는데 쉴새없이 튀기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부엔 나보단 나이가 있어보이지만 젊은 남자 분께서 주문을 책임지고 계셨다.

닭이 튀겨지는 공정을 보다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우선 크고 뽀얀 닭님이 가마솥에 가득 차 있는 기름으로 풍덩! 이 때 한 대여섯마리씩 많이도 넣으신다. 겉이 살짝 노른 빛이 돌 때까지(기름 때문인 듯 하다) 3분 정도? 지나면 꺼내어 쌓아두신다. 그리고 정육점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망설임없고 폭발적인 손목 힘으로 닭을 동강내신다. 그리고 튀김옷에 버무린 후 다시 가마솥 기름 속으로 투하. 그물코가 성긴 뜰채로 틈만 나면 닭을 건져 꼬챙이로 찌르신다. 익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이리라. 똥집과 염통이 언제 함께 튀겨지는지 확인하지 못했군. 여하간 모두 함께 다 익으면 잘 건져 분무기에 담긴 특제 소스를 분무한다. 마늘, 겨자 등이 재료인 것 같다. 그리고 기름을 빼기 위한 종이가 둘러진 상자에 담아주신다. 한 번에 한 마리만 튀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모든 공정은 병행한다. 마리당 12-13분 튀기신다고 말씀하셨다.

어느새 줄은 내 뒤로 8무리 넘게 섰다. 줄이 줄을 부른다. 모두가 의정부통닭의 맛을 알고 서는 사람은 아니다. 나부터도 줄을 섰길래 처음 도전한 풋내기이고, 내 앞과 내 뒤 손님도 줄 서는 룰을 모른다. "먼저 주문하고 줄 서있는 거에요?"라고 묻는 걸 보니. 재미있는 건 길 가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아니 여기 왜 이렇게 줄 서있어요?" 이 추운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니 궁금한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인간은 호기심을 뿌리치며 살 수 없다. 그들도 길 가다 멈춰서서 줄을 서게 만든 원흉인 닭 튀기는 장면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러다 줄에 합류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던 길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도 분명 나처럼 언젠가 이 닭을 먹으러 줄을 설 마음을 먹을 것이다. 작심하고 왔으니 자못 여유롭게도 말이다.

정말 '쉴 새가 없다' 필자는 닭 한 마리를 손에 쥐기까지 30분이 넘게 기다렸다. 발은 이미 얼었는데도 누구 하나 인상조차 찌푸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 내외는 무척이나 바쁘다. 주인 아저씨가 담배 한 대 피는 걸 본 게 전부였다. 닭을 썰거나 튀김옷을 입히거나 닭을 튀기거나 건져내거나 포장해주거나 식당 안 손님 주문받거나 정신없이 움직이신다. 게다가 닭 튀기는 곳은 밖이다. 한 손님이 안타깝다는 듯 말을 건넨다. "저희는 몇 분 줄 서도 이런데 하루종일 바깥에 서 계시니 힘드시겠어요"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다. "나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쉬지도 못 하고 이러고 있어. 발이 안 움직여"






바로 튀긴 상태에서 먹어야 맛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포장해왔다. 튀겨질 때부터 어깨 너머로 봤지만 지난 번 먹은 통닭보다 닭 조각이 매우 컸다. 저 위 사진에 있는 모든 조각이 단 한 마리이다. 집에와서 풀어보니 염통과 똥집의 비율도 적고 닭이 많다. 그것도 왕건이들로만 그득하다. 튀김옷이 얇고 살이 가득하다. 조...좋은 닭이다. 나이가 들면서 느낀 건데 '좋은 원재료'를 쓰는 것만큼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다른 결정적 요소가 없다. 마지막에 뿌린 소스 때문인지 살짝 매콤하다. 양념소스를 두 통 주셨는데 달지 않고 고추장 맛이 많이 난다. 구수한 통닭과 잘 어울리는 깊은 맛이다.






이 육질은 사진을 찍지 아니하지 아니하지 아니할 수 없게 한다. 사진 잘 받는구나. 배고파서 정신없이 통닭을 입에 집어넣으면서 든 생각 한 가지. 아무 이유없이 잘 되는 집은 없다. 의정부통닭은 의정부 통닭골목의 황제이다. 아주머니가 통닭을 튀기면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TV에 나왔다고 맛 없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실제로 그런 데가 있대잖아. TV에 나왔는데 실제로 가니까 맛 없다고. 손님이 다 알아챈다고. 그렇게 하면 안 돼. 부끄럽지 않게 해야지" 요즘은 어째 책이나 유명 인사들보다 시장 사람들에게 더 많이 배운다. <치즈와 구더기>에서 역설했듯이 민중의 지혜는 생각보다 위대하다.

다른 통닭집도 다녀와보고 후기를 작성할 것이다. 고로 이 리뷰는 끝나지 않은 리뷰다. 미성통닭도 친구들과 어두운 데서 먹느라 미진한 리뷰를 썼으므로 다시 가 볼 것이다. 그 이후에 비교 분석을 해 볼 생각이다. 내 고장은 내가 알린다! 하하하.



자 그럼 통닭으로 한껏 고양된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온 힘을 다 하여 1박 2일 보령 여행기를 작성하러 가겠습니다. 총총.